엘니뇨에 달궈진 바닷물…"돌이킬 수 없는 재앙 온다"

입력 2023-06-19 12:59   수정 2023-06-19 13:01



태평양과 대서양을 넘나드는 광활한 영역에서 이달 들어 해수면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인류가 기후 위기를 '티핑 포인트'(급격한 변화점)까지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를 자연적·인위적인 요인이 결합한 '불행한 우연'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조건이 갖춰지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18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더힐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해 해수면 온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열대 태평양에서 엘니뇨 현상이 본격화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난 3년간 라니냐(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낮은 현상)가 이어지면서 서태평양 인도네시아 부근 해역에 두터운 온수층이 형성됐는데, 올해는 반대로 동태평양을 중심으로 해표면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가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태평양을 넘어 대서양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엘니뇨와 관련한 해양과 대기의 열 교환이 기류 및 기압을 변화시키면서 대서양 일부 지역에서 해수 온도가 이상 변동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캐나다 고위도 지역과 북대서양에서는 화창한 지역은 더욱 더워지고,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은 더욱 서늘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캐나다에서는 기록적 규모의 산불이 발생했고, 유럽 인근 해상에는 '열돔'이 형성됐다고 더힐은 전했다.

열대 대서양에서는 기류와 기압의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가 9월 허리케인 시즌 수준까지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대서양 이상기류와 엘니뇨로 무역풍과 아열대 고기압이 약화했고, 저온 해수가 상승하지 못하면서 수면 온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무역풍이 약해지면 아프리카 사하라 먼지 생성도 줄어드는데, 이러한 현상이 수온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더힐은 다만 해수 온도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은 결국 지구 온난화라고 강조했다.

해수 온도는 1900년대 이후 화씨 2도 안팎으로 상승했는데, 1982년 6월 해수 온도와 올해 같은 시기를 비교해 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지난 수십년간 북대서양 중심으로 대기 오염이 줄면서 햇빛을 어느 정도 차단해주던 대기 중 오염물질도 사라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작년 1월 태평양 일대에 광범위한 쓰나미를 일으켰던 통가 해저화산 분화 당시 대량의 수증기가 분출된 것도 해수면 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친 요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힐은 "올해 엘니뇨가 태평양에서 지속 확산해 기후 체계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지구 온난화에 더해 현대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극단 기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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