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률이 높은 인수공통감염병인 '큐열'(Q Fever)이 국내에서도 산발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커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큐열은 '콕시엘라 버내티'(Coxiella burnetii)라는 균에 감염돼 생기는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2006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큐열균에 감염되면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발열, 근육통, 오한, 급성 간염 등의 발열성 증상이 나타나며, 감염 환자의 약 5%에서 만성 큐열로 진행한다.
만성 큐열은 심내막염이나 혈관감염과 같은 중증 질환으로 나타나고, 적절한 치료에도 약 20%의 사망률을 보여 적극적인 질병 관리가 중요하다.
주요 감염원은 큐열균에 감염된 소, 양, 염소 등의 젖이나 소변, 분만물이지만 야생동물, 애완동물, 새, 진드기 등을 통해서도 감염이 매개될 수 있다. 사람은 에어로졸(미세입자)화 된 균의 흡입을 통해 감염되며, 이런 에어로졸은 감염원에서 최대 5∼15㎞까지 퍼질 수 있다. 외국에서 감염된 임신부가 분만한 후 병원 내에 전파된 사례가 있었지만, 사람 간 전염은 극히 드문 것으로 본다.
21일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KMS) 최신호에 따르면 아주대 의대 감염내과 허중연 교수와 농림축산검역본부 공동 연구팀의 분석 결과, 국내 큐열 환자는 법정 감염병 지정 이후 수년간 매년 10건 안팎으로 보고되다가 2015년부터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163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큐열은 2020년 이후 다시 신고 건수가 감소했지만, 이는 큐열의 위험이 낮아졌다기보다는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과 진단 기준의 변경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국내 큐열병 역학조사 결과 2011∼2017년에는 전국적으로 연간 인구 10만명당 평균 발생률이 0.07 건으로 낮았으나 2017년에는 10만명당 0.19 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특히 충북(연간 10만 명당 0.53 건)과 충남(연간 10만 명당 0.27 건) 등 중서부 지역에서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큐열 환자의 역학적인 특징으로는 보고된 사례의 24%가 직업적으로 동물 또는 동물 제품과의 접촉이 있었다. 주로 접촉한 동물은 염소(60.0%)와 젖소(32.0%)였다.
하지만 직업적인 노출과 관련이 없는 감염자 중 동물 접촉 이력이 있는 경우는 18.5%에 불과했다. 이는 역학조사만으로는 큐열의 감염 원인을 밝히기 어려움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네덜란드의 큐열 유행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에서는 2007∼2010년 사이에 동남부 지역에서 약 4천100건의 급성 또는 만성 큐열이 발생해 19명이 사망했다. 발병 초기에 네덜란드 정부가 자발적인 예방 접종 등의 소극적인 조처를 하면서 큐열은 더욱 확산했으며, 결국 감염이 발생한 농장에서 키우던 5만마리 이상의 임신한 염소와 양을 살처분한 후 감염이 종식됐다. 당시 큐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최대 3억3천600만 유로(약 4천69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국내 농장에서 사육되는 가축의 규모와 주요 유형을 고려할 때 염소와 양의 번식 밀도가 높았던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대규모 큐열 유행 가능성은 작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교외 지역을 중심으로 산발적인 소규모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한국동물보건통합시스템 통계를 보면, 국내 동물에서 발생한 큐열은 2015년 14건에서 2021년 170건으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사람의 큐열은 비특이적 증상과 4-6주 간격으로 채취한 한 쌍의 혈청 샘플에 대한 검사가 필요한 진단상의 어려움 때문에 과소 진단된 질병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큐열이 공중보건 및 사회경제적 손실에 미친 잠재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역학조사 및 감시시스템을 강화하고 포괄적인 원헬스 접근을 통해 큐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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