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전 침몰한 타이타닉호 관광에 나섰다가 해저에서 잔해로 발견된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이 출항 직후 압력실이 손상되며 수압을 견디지 못해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국 CNN과 인사이더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이탄 실종 닷새째인 이날 미국 해안경비대는 여객선 타이타닉호 뱃머리로부터 488m 떨어진 해저에서 잠수정 잔해물을 발견했다며 이 같은 추정을 내놓았다. 탑승자 5명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해안경비대는 "바닷속에서 잠수정의 압력을 관리하는 압력실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파(implosion·외부 압력으로 구조물이 안쪽으로 급속히 붕괴하며 파괴되는 현상)로 인해 산산조각난 잔해가 해저 곳곳에 흩어졌다고 분석했다.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잠수정 선체 조각들을 살펴보면 선실 내 압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내파 양상과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잠수정 밖 심해의 엄청난 수압을 기체가 견디지 못해 사고에 이르렀다는 관측이다.
타이탄은 지난 18일 오전 8시 잠수를 시작했으며, 1시간 45분 지난 오전 9시 45분께 연락이 끊겼다. 해안경비대는 그로부터 8시간이 지난 오후 5시 45분께가 돼서야 문제가 발생했다는 통보를 받고 수색 작업을 시작했다.
인사이더는 해안경비대가 음파 추적기가 달린 부표를 바다에 띄웠지만 이를 통해 폭음이 감지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구조 작업 이전에 이미 사고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타이탄 연락 두절 직후 해군이 폭음으로 의심되는 소리를 감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잠수정 개발 연구 전문가인 호주 시드니대학의 스테판 윌리엄스 해양로봇공학 교수는 이같은 종류의 내파는 누출, 정전, 전기 단락으로 인한 소형 화재 등으로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존 모거 보스턴 해안경비대 소장은 브리핑에서 "잠수정 연락 두절 순간에 내파가 발생했다고 얘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 사건은 매우 복잡하다"며 "시간대별 구체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해양경비대는 잔해 발견 현장인 해수면 아래 3㎞ 지점에 원격수중탐사장비(ROV)를 남겨놓고 관련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심해에서 탑승자 5명의 시신을 회수하는 일은 영영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모거 소장은 이날 유해 회수 가능성과 관련해 "계속해서 수색 작업을 진행할 것이지만, 그런 전망에 대한 답은 현재로서는 없다"며 "이곳 바다 밑바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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