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열린 백악관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향해 "두 위대한 국가, 두 위대한 친구, 두 위대한 강대국을 위하여"라며 의미심장한 건배사를 건넸다.
이어 모디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말투는 부드럽지만 행동할 때는 매우 강하신 분"이라고 화답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국빈만찬을 포함한 모디 총리의 방미 행사와 관련, "백악관이 모디를 위한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뒤 양국 정상이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에 맞서기 위한 국방 및 무역분야 합의를 과시하며 양국 관계의 '신기원'을 환호했다"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남쪽 잔디밭인 사우스론에서 열린 국빈만찬에는 애플의 팀 쿡, 구글의 수다르 피차이 등 미국의 최고 빅테크(대형 IT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 양국 정상의 친교를 지켜봤다.
미국과 인도가 공식 조약으로 묶인 동맹국이 아니라 인도가 오랜 기간 독자 외교노선을 펼쳐온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환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실제로 모디 총리의 이번 방미에서 연출된 장면들은 새 시대 돌입의 예고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이례적이고 특별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에 도착한 모디 총리를 향해 외국 지도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예우를 다하며 환대했다.
모디 총리는 이번 방미 기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는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기인 2016년 방미 때에 이은 두 번째 합동회의 연설이다.
외국 지도자가 두 차례 이상 미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손에 꼽힐 정도다. 모디 총리의 이번 국빈 방문을 두고 '처칠급 예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환대는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의 패권 도전을 막기 위해 세계 최다 인구를 보유하고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어가는 인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2시간여 비공개 정상회담 뒤에 나온 공동성명에 고스란히 담겼다.
공동성명문에는 공식적으로 중국이나 시진핑 국가 주석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 안정을 해치는 행위에 우려를 표하고 항행의 자유를 강조, 양국의 행보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도 환영 연설에서 "금세기 세계가 직면한 도전과 기회는 인도와 미국이 함께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를 요구한다. 지금 우리는 바로 그렇게 하고 있다"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이를 표현했다.
모디 총리도 지정학적 안정을 위한 '균형추'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미국의 '구애'에 호응하는 모습이다.
모디 총리는 22일 의회 합동회의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강압과 대립의 먹구름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며 "이 지역의 안정은 미·인도 동반자관계의 핵심 우려 사안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국빈 방문 기간 미국과 인도 양국은 첨단기술과 국방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굵직한 협약을 다수 체결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미국의 첨단 정찰용 무인기(드론)인 MQ-9B(시가디언)의 수출 등 국방 분야 협력 강화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론의 대규모 투자 계획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최신형 드론 시가디언은 중국과 인도의 접경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활동을 정찰하는 데 사용되며, 인도 내 반도체 시설 투자는 중국을 국제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시키는 데 일조할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방 분야는 물론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국력 확장을 전방위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미국으로부터 첨단무기와 기술 투자를 약속받은 인도로서도 이번 방문의 성과에 흡족해 하는 분위기다.
비나이 크와트라 인도 외교부 차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방문의 형식과 내용 모두 풍성했는데 이는 이번 방문이 획기적이고 기념비적인 방문임을 명확히 말해준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모디 총리의 이번 방미 일정이 매끄럽게만 진행됐던 것은 아니다.
앞서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 70여명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모디 총리와의 회담에서 인도 내 정치·종교적 자유의 후퇴 사례와 관련한 우려를 다룰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의 의회 합동회의 연설 당일 참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백악관 환영 행사에 앞서서는 비록 소규모이긴 했지만, 백악관에서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서 모디를 환대하는 바이든 행정부를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백악관 공동 회견에서는 미국 취재진으로부터 이슬람교도와 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해 어떤 조처를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다만, 모디 총리는 이 같은 질문에 "인도에는 차별이 있을 여지가 전혀 없다"라고 인권 침해 의혹을 부인했다.
(사진=워싱턴DC AP 연합)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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