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예상과 다르게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도 강세장에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최근 인공지능(AI) 종목을 비롯해 경기에 민감한 소기업과 지역은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목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투자하고 있다. 올해 초 투자자들이 가졌던 암울한 전망이 많이 바뀐 것이다.
이는 올해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13% 상승하고, 나스닥종합지수가 29%나 급등, 1983년 이후 최고의 출발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AI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가 급증해 이달 들어 엔비디아와 인텔, AMD 등에 하루 평균 130만건의 콜옵션 계약이 체결되면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수준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나스닥 종합지수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 11월 거래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콜옵션은 특정 날짜(만기)까지 특정 가격(행사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반대로 풋옵션은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파생상품이다.
다만 지난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상 지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투자 열기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S&P500지수가 1.4% 하락해 5주 연속 상승세가 꺾였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잘 버텨내고, 실업률도 금리 인상에 덜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투자자들까지 향후 투자 수익을 올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분위기이다.
펜뮤추얼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런즈웨이는 "경기침체가 지연되는 것 같다"면서 올해 미국 증시를 약세장으로 봤으나 최근 몇 주 동안 지수 콜옵션을 통해 S&P500의 상승 모멘텀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투자 열기가 전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그동안 덜 올랐던 종목들에도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달간 실적이 저조했던 소형주에 대한 콜옵션 수요가 급증했으며, 주로 지역은행과 건강 관련주 등에 투자한 소형주 펀드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S&P500지수의 11개 업종 가운데 10개 업종이 상승했다.
이 밖에도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뱅크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2년여만에 처음으로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낮은 변동성 환경에 힘입어 퀀텀펀드에 이어 투자일임형 투자자들도 주식 매수에 동참하고 있다.
에이미 우 실버만 RBC 캐피털 마켓의 파생상품 전략 총괄은 "많은 사람이 주식시장이 이미 지난 가을에 바닥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상승장을 바라보면서 거의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상승) 열차에 올라타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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