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의 방류 문제를 두고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 주민의 반일 정서를 고취하는 동시에 남한 내부 분열을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관측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6면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 책동을 강력히 반대'란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대표가 지난 22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 제53차 회의에서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방류 '책동'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핵오염수 방류가 유엔해양법 협약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중국대표가 "일본이 경제적 타산을 앞세우며 해양 방류 방안을 선택함으로써 전 인류에게 핵 위험을 들씌우고 모든 나라 인민의 건강을 엄중히 침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개적이고 투명하면서도 가장 안전하고 타당한 방식으로 핵오염수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이 일본 핵오염수 방류에 대한 중국 측 반대 입장을 뒤늦게 보도한 것은 간접적으로 북한 내 반일 정서를 심화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이날 6면에 실은 기사에서 지난 24일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인 9월 3일을 '일본 군국주의 타승의 날'로 기념하는 법을 제정했다는 소식을 보도하기도 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일본의 비우호적 행위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해 8월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인가한 데 대해 "중국을 비롯한 적지 않은 나라들은 이번 결정을 '핵 테러 공격'으로 규탄한다"면서 태평양은 일본의 하수도가 아니라고 비난했다.
그해 10월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추진에 대해 "핵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일본은 음료수로 마시라"며 비판했다.
북한 외무성은 올해 1월 말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범죄라며 지체 없이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 매체들은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 움직임을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데도 활용하고 있다.
이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4일 서울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제45차 촛불집회와 시위가 열렸다며 집회에서 발언자들이 "'핵폐수 해양투기 비호하는 윤석열을 몰아내자'고 외쳤다"고 전했다.
대남 라디오 방송인 '통일의 메아리'는 27일 진보당 관계자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이 오히려 핵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선전하며 해양 투기에 찬성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고 전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선전매체 '려명'은 한일협정 체결 58주년인 22일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가 "천년 숙적에게 완전한 항복선언을 한 것도 모자라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까지 허용하여 남조선 주민들의 생명 안전을 심히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반일 정서를 자극해 한국 내부 분열을 꾀하면서 중국, 러시아와 연대는 강화하는 통일전선전술을 쓰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인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일본이 내부 단합을 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적"이라며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인식을 유지한 채 한미일을 묶어서 비판하는 것이 북·중·러 관계도 견고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오염수 방류가 한국 내에서 정치 쟁점화되고 있으니 남·남 갈등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일부 있다"며 "남한 언론과 국민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은 주장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 캡처)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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