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위의 미국 대법원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표 정책으로 추진해 온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8월 연간 소득 12만5천달러(부부 합산 25만달러) 미만의 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2만달러까지 학자금 채무를 면제해주도록 한 정책에 대한 2건의 소송과 관련, 각각 6대3의 의견으로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중간 선거 직전 바이든 대통령이 승부수를 걸고 추진해 온 총 4천300억달러 규모의 '역대급'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또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인해 그동안 혜택을 기대했던 4천만명의 대상자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6대3)를 차지하도록 재편된 대법원은 전날에는 대학의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에도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소송은 공화당이 장악한 6개 주와, 텍사스에서 2명의 개인이 각각 제기했다.
판결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 6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행정부가 이같이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는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며 독자적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03년 도입된 '고등교육 구제 기회법'(HEROES Act)에 따라 이 같은 학자금 대출 탕감을 위한 법적 권한이 충분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표 집필한 다수 의견에서 "교육부는 법에 따라 4천300억달러 규모의 학자금 대출 원금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해당 법은 기존 법령 또는 규제 조항을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지, 법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커탄지 브라운 잭슨,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등 3명의 대법관은 정부에 권한이 충분하다며 소수 의견에서 밝혔다.
케이건 대법관은 대표 집필한 소수 의견에서 "의회는 이미 탕감 대책을 승인했으며, 장관은 이를 시행했고, 대통령은 이것의 성공 혹은 실패에 책임을 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대법원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정부의 권한 밖이라고 판결해), 오늘날 4천만 미국인이 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백악관은 법원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학자금 대출 탕감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이날 중 새로운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에서는 이번 판결을 앞두고 보수 성향이 짙은 대법원이 정책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변은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출자들을 빚더미에서 구제하겠다고 약속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결정은 큰 좌절"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구상은 미국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행정 조치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정책 발표 이후 현재까지 2천600만명이 학자금 대출 탕감을 신청했고 이 가운데 정부는 1천600만명의 신청을 승인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소송 때문에 신청서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아직 탕감 절차가 진행된 사례는 없다.
정치권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을 놓고 오랜 논란을 이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공화당이 주도해 의회에서 가결한 학자금 대출 탕감 폐지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해당 결의안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물론이고 상원에서도 조 맨친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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