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를 얻는 드라마에는 여러 가지 흥행 요소들이 감춰져 있다.
긴박감 넘치는 극의 전개, 실력파 배우들의 명연기, 화려한 볼거리 등은 작품을 빛낸다. 여기에 조연들의 섬세한 연기력은 극의 흥행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연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구미호뎐 1938’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시청률 상승에 한몫을 한 배우 우현진을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나눠보았다.
우현진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싱긋하고 웃는 모습이나 쫑긋한 눈빛, 부드러운 음색은 영롱한 느낌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배우라는 꿈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중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사람이 좋아 연기를 시작했어요. 부모님께서 처음에는 반대를 하셨어요. 이정도 성적이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면서요. 부모님이 ‘그거에 대한 책임은 너의 것이다’고 하셨고, 그 부분이 좋았어요. 부모님을 설득한 후 18살에 대구에서 상경해 자취하고 있어요.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입시학원 선생님이 한국종합예술학교에 대해 알려주셨고, 지금은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기과에 재학 중이에요.”
한데, 막연하기만 했던 배우의 길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이탈 없이 걸어왔으니 스스로도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배우는 현장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따르죠. 나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고요. 배우는 배움에는 끝이 없죠. 현장에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생계와 직결되는데, 조바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연기를 하다 보니 내가 특별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고, 그런 게 단단함을 줬어요. 제 삶은 제가 책임을 져야죠.”
그녀의 첫 데뷔작 ‘구미호뎐1938’은 지난 2020년 방영한 '구미호뎐' 두 번째 시즌으로, 앞선 시즌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산신 구미호 이연(이동욱 분)이, 1938년으로 불시착해 현대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얽히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배우로서 첫 꿈을 ‘구미호뎐1938’로 이룰 수 있게 돼 감개무량했어요. 첫 작품이기도 하고 대본만큼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만큼 여희로 잘 스며들었다는 말씀을 주신 듯해 감사해요. 오디션에 합격 후 부모님께는 ‘취업 했다’ 정도로만 말씀드렸어요. 방송이 되고 아셨죠. 1화 끝나고 전화가 오셨어요. 저는 제 분량을 못 보겠더라고요. 저만 나오면 고개를 돌렸어요.”
어린 시절부터 배우라는 꿈을 안고 앞만 보며 달려왔지만, 우현진은 서두르지 않았다. 극중 인간과 구미호 사이에서 태어난 이랑(김범 분)을 보고 한눈에 반해 거침없이 직진하는 인간과 인어 사이에서 태어난 장여희를 연기했다.
“대본을 받고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오디션을 보면서 떨림이 더했던 것 같아요. 오디션 합격 후 굉장히 기쁠 줄 알았는데, 막상 첫 캐스팅이 되니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여희로서 무언가를 이뤄본다거나, 배우로서 여기까지 해보자는 생각보다는 ‘이 팀에 최대한 누를 끼치지 말자’가 저의 모든 목표였어요. 경험이 없는 입장이라 잘 녹아들기 위한 마음가짐이 필요했죠. 또 수영이나 말타기, 가수 등 여희로서의 설정과 현장 분위기에 녹아들기 위한 준비를 많이 했어요. 여희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외유내강에 끌렸어요. 저와 비슷해요.”
우현진은 차곡차곡 쌓아온 내공을 낮에는 양품점 직원으로, 밤에는 클럽에서 이름 없는 가수로 노래를 부르던 장여희를 연기하면서 하나씩 선보였다.
“일제강점기와 인어라는 두 설정을 인식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모든 신이 중요했어요. 완벽한 스태프들의 도움과 함께 랑이에게 비늘을 주는 첫 신부터 수중 키스신이나 빗속 감정교감신, 경성 밤거리의 질주신 등을 잘 해나갈 수 있었죠. 여희로서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신 스태프분들께도 감사드려요.”
로맨스 서사를 함께 한 김범과 이동욱, 황희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그녀가 가야할 연기의 길을 제시했다.
“영광스러우면서도, 직진본능 여희의 매력이 잘 안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염려됐어요. 그래서 시즌1 정주행과 함께 메이킹 필름을 살펴보며 김범 선배의 분위기를 익혔죠. 하지만 막상 첫 리딩과 함께 만난 선배님은 정말 유쾌하고 다정하셨어요. 걱정 자체가 미련했죠. 이동욱(이연 역), 황희(구신주 역) 선배와는 많이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재미를 주셨어요. 결국 자기가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또한 프로들이 모인 현장의 호흡 속 선배님들의 유연하면서도 세심한 호흡을 동경하게 됐어요. 피곤함 속에서도 유쾌한 모습과 함께 수많은 조건들을 챙기면서 표현하는 선배님들과 스태프분들의 마음과 실제행동에 감동했어요. 저 스스로 현장에 대한 미숙함이 속상했어요. 경험이 많았으면 풍부한 것들이 나왔을 텐데, 제가 작아지는 게 싫었어요.”
우현진은 연기의 내공을 실제 생활을 통해 몸소 접하고 터득하려고 노력 중이다. 모든 것을 겪어 봐야 연기에 진심이 담긴다는 생각에 관객과 함께 하는 연극무대에도 오를 생각이다.
“조바심을 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기도 한데, ‘사랑 하듯이, 살아가듯이. 연애 하듯이’ 일하는 것이요. 졸업을 앞둔 상황이라 낮에는 활동을 하고, 밤에는 새벽까지 졸업 공연을 연습하고 있어요. 공연을 해야지만 졸업을 해야 해서, 정신없이 지낼 것 같아요.”
그녀는 일이 주어지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매진하는 철두철미한 성격이다. 어떤 배역을 맡기더라도 안심이 되는 연기파?실력파 배우가 바로 우현진이다. 하지만 그녀의 욕심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팬들에게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불리는 게 꿈이다.
“배우는 채워가는 직업이잖아요. 시간이 가면 다양한 것을 할 거예요. 뭔가 화려한 필모그래피나 수상도 욕심나긴 하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나하나 남기고 싶어요. 그러면서 계속해서 보게 되는, 많은 분들에게 생기를 전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끊임없이 연기기회를 만드는 것이 지금의 목표예요. 연기를 평생 하고 싶어요. 몸과 마음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연기 자체나 현장 모두를 현명하게 해나가는 각자의 스타일 가운데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게 최선이라 생각해요. 결국은 스스로 하는 거예요.”
재능을 썩히지 않고 재능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참 즐겁다. 우현진과의 만남은 그런 이유로 앞으로도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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