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한풀 꺾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내무부는 3일(현지시간) 전날 밤사이 157명을 체포했고 경찰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 297대와 건물 34채가 불에 탔으며, 공공장소에서 화재 신고가 352건 접수됐다고 전했다.
시위가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달 30일 1천311명, 그다음 날 719명이 경찰에 붙잡혔던 것과 비교하면 숫자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지금까지 체포된 인원은 총 3천354명이다.
다만 프랑스 전역에 경찰과 군경찰 4만5천명을 배치하고, 경장갑차와 대테러 특수부대까지 동원하면서 대응에 나섰지만, 피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
파리 남부 도시 라이레로즈에서는 이날 새벽 우파 공화당(LR) 소속 뱅상 장브룬 시장의 집으로 누군가 차를 몰고 돌진한 뒤 자택에 불을 냈으며, 이를 피하려던 시장의 아내와 아이가 다쳤다.
프랑스 시장협회는 성명을 내어 "프랑스의 모든 지역이 심각히 극심한 폭력에 시달리며 불안한 상태"라며 국가 질서 회복에 모든 시민이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4일 엘리제궁에서 장브룬 시장을 비롯해 시위로 피해를 본 220여개 지역 시장과 만나 관련 대책과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나엘(17) 군이 지난달 27일 숨진 이후부터 파리, 마르세유, 리옹 등 프랑스 곳곳에서는 방화, 약탈 등으로 얼룩진 폭력적인 시위가 엿새 연속 잇따랐다.
정년 연장을 골자로 연금 개혁을 추진하다가 올해 상반기 내내 시위에 시달리면서 지지율을 잃어버린 마크롱 대통령에게 나엘 군 사망 사건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또 다른 정치적 과제를 안겼다.
나엘 군의 가족이 알제리 출신 이주 가정이라는 점과 나엘 군이 살던 곳이자 숨진 곳이 이주민이 모여 사는 교외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인종차별적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나엘 군의 어머니는 방송 인터뷰에서 경찰 조직이 아니라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경찰관만을 비난하고 싶다며 "그가 어린 아랍인의 얼굴을 보고 목숨을 빼앗아 가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살인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해당 경찰관은 애초 운전자의 다리를 조준했으나, 차가 갑자기 출발하는 바람에 총알이 흉부 쪽으로 발사됐다며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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