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EEZ 내 美 정찰금지' 주장, 전문가 의견은?

입력 2023-07-15 06:18  


북한이 최근 미군 정찰기가 자신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진입한다며 격추 위협을 가해 북한의 'EEZ 내 정찰금지' 주장이 국제법적으로 정당성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EEZ는 해당 수역을 경제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에 관한 제도로 출범했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과 무관한 정찰 등 군사 활동이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국제법 전문가의 견해다.

◇ 북한, 미군 정찰기 격추 위협 후 ICBM 발사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0일 미 공군 정찰기가 북한의 EEZ를 침범했다며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경고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당시 담화에서 "240해리(1해리=1.86㎞) 이상의 탐지 반경을 가진 적대국의 정찰 자산이 우리의 200해리 경제수역을 침범하는 것은 명백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11일에도 미군 정찰기가 북한의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면서 이를 반복하면 군사적 대응 행동에 나서겠다며 격추 위협을 가했다.

북한은 미군 정찰기의 EEZ 진입 문제를 제기한 직후인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고, 13일에는 이 ICBM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8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의 '미 정찰기 EEZ 침범' 주장은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화성-18형 시험 발사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셈이다.

북한은 2017년에도 미국 이지스구축함 '마스틴'이 북측 경제수역을 침범해 정탐했다고 지적한 직후 ICBM을 발사한 적이 있다.

◇ 북 주장은 미·중 남중국해 갈등 당시 중국 입장과 유사

북한은 EEZ 내 타국의 군사활동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법률학 2021년 제67권 제2호에 실린 '외국 경제수역에서의 군사활동에 대한 법률적 분석' 제하의 논문에는 "평화적 목적에 위반되는 그 어떤 군사활동도 경제수역(EEZ)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모든 국가의 공통된 인식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유엔해양법협약상 영해(12해리)가 아닌 EEZ가 통상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는 공해로 규정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협약 제19조 2항 3호를 들어 '연안국의 국방 또는 안전을 해치는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한 행위'는 무해통항에서 배제된다고 언급했다.

논문은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외국 경제수역에서의 군사활동은 연안국의 사전동의나 승인을 받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갈등 당시 'EEZ 내 타국의 군사 활동을 규제할 권한이 있다'는 중국의 입장과 유사하다.

21세기 들어 미국과 중국은 EEZ 내 군사 활동을 놓고 자주 갈등을 빚었다.

2001년 4월 중국이 자신의 EEZ라고 주장하는 하이난섬 동남쪽 해역을 비행하던 미 해군 EP-3 정찰기와 중국군 F-8 전투기가 공중에서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고, 2009년 3월에는 하이난섬 남쪽 해역에서 항해하던 미국 해양감시선이 중국 함정에 포위되기도 했다.

2014년 8월에도 하이난섬 동쪽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미 해군 정찰기가 중국 전투기의 저지를 받았다.

◇ 미국 "EEZ 내 군사활동 가능" VS 중국 "규제 권한 있어"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군사활동에 대한 중국의 반대는 EEZ 내 타국의 군사활동 허용 범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김영원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가 2017년에 발표한 'EEZ에서의 군사활동에 관한 국제법적 검토' 제하의 논문에 따르면 중국은 EEZ 내 타국의 군사활동과 관련해 ▲ 연안국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적절한 고려 ▲ 연안국 관련 법령 준수 ▲ 권리 남용 불가 ▲ 평화적 목적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반면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과 국제관습법상 모든 국가는 영해 이외 수역에서 군사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국제법상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유엔해양법협약 제58조에 따라 모든 국가는 타국의 EEZ에서 '공해의 자유'(항행의 자유)를 향유하며 군사활동은 적법한 공해의 자유 또는 해양 이용의 자유로 간주된다는 게 미국의 견해라고 김 교수는 소개했다.

미국은 EEZ 협약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군사활동은 제한 없이 허용된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EEZ를 설정한 국가의 안보를 해치는 군사활동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인 셈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유엔해양법)협약은 연안국이 경제적 목적을 위해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EEZ 제도를 출범시키면서도 공해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했다"면서 "EEZ 내 군사활동은 경제적 이익과 무관한 것으로 연안국의 동의를 반드시 필요로 하지는 않으며, 일정한 조건이 있을 뿐이지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제한 부과는 부당"하다고 당시 논문에서 결론을 내렸다.

김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북한의 EEZ 내 정찰금지 주장도 국제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셈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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