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경제학자와 세계 지도자들이 부와 소득의 양극화를 완화할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7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에게 234명의 명의로 보낸 공개서한에서 "불평등과 싸우기 위해 목표부터 진지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삐 풀린 불평등에 대처하기 위해 전략적 목표와 지표를 새로 설정하는 데 유엔과 세계은행이 지지해달라는 게 요청의 골자다.
이번 편지에는 토마 피케티,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소득 불평등에 정통한 경제학자들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헨리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 등이 서명했다.
이들은 세계가 현재 기이할 정도로 수위가 높은 경제적 불평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극단의 빈곤과 극단의 부유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급격히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불평등이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느 때보다 급증했다는 평가 결과를 제시했다.
부유한 상위 10%가 세계소득의 52%를 챙기는 데 비해 가난한 하위 50%에게 돌아가는 몫은 8.5%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수십억명이 계속 치솟는 식품가격, 굶주림에 끔찍한 고통을 받지만 억만장자(자산 10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사람)의 수는 지난 10년간 두 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실태 때문에 초래될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경고도 뒤따랐다.
이들은 "현재 극한의 불평등 탓에 우리 정치가 좀먹고 신뢰가 망가지며, 집단적 번영이 좌절되고 다자주의까지 약화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평등 수준을 급격히 낮추지 않으면 빈곤을 끝내고 기후붕괴를 막는다는 쌍둥이 목표가 서로 충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새로운 지표를 적용해 실태를 더 정확히 파악하고 목표를 새로 강화하자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각국이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할 목적으로 2015년 설정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10번째 항목(SDG10)인 '국가 내 및 국가 간 불평등 완화'를 다시 손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GDG10 설정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생계비 급증 위기 때문에 많은 지표에서 불평등이 악화했다"며 "세계은행의 공동번영 목표에 토대를 둔 SDG10이 불평등의 핵심적 양상을 측정하고 감시하는 데 부적절하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간 불평등을 추적하는 수단도 덩달아 발전해왔으나 시대에 걸맞은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 체계화가 중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부와 소득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더 강력한 목표와 나은 분석수단을 갖출 기회를 잡으라"며 "이는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우리의 집단적 의욕을 보여주는 뚜렷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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