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에도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업이 가진 배출권 잉여분의 이월 제한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일 발표한 '배출권 거래제의 시장기능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권 시장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이월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KDI는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상당한 수준으로 강화됐음에도 배출권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면서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기준연도인 2018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감축률 4.17%를 달성하는 것이다. 기준연도로부터 연평균 감축률은 유럽연합(EU)가 1.98%, 미국이 2.19%, 일본은 2.56%다.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배출권 가격은 하락세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까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다 현재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KDI는 이같은 문제의 원인이 2017년 도입된 '이월 제한'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월 제한은 초과 배출권의 매도를 유도하고 시장 물량을 안정화하기 위해 도입한 조치이지만, 배출권 수요를 낮추는 효과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윤여창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월 제한은 배출권 거래제의 가격기능과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배출권 시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배출권 이월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월 제한이 완화되면 미리 배출권을 비축해두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 배출권 수요와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KDI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설정된 가격단계에 따라 계획된 예비분을 활용하는 명시적인 시장 안정화 제도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출권 가격에 따라 총공급량을 조절하는 제도를 도입해 배출권 가격을 안정시키고, 시장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KDI는 또한 유상 할당 업체로 한정된 경매 참여 대상 제한을 완화해 공급 부족에 대비하고, 금융권과 증권사를 통한 위탁매매를 활성화해 거래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업체들의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배출권의 총공급량 장기 계획을 사전에 공고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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