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7차 수정안 격차 10원 줄였다...표결 수순 밟을 듯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7-18 17:56  

노동계 1만620원·경영계 9,795원…최저임금 제7차 수정안
양측 격차 2,590원→825원 좁혀졌지만..."고물가 시기" vs "경제 어려워" 입장차
박준식 위원장 "합의 어려우면 표결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눈앞에 둔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가 7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620원과 9,795원을 요구하며 겨우 10원 간극을 줄였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여전히 큰 입장차를 드러낸데다, 노동계가 7차 수정안 제출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표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노사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에서 제7차 수정안으로 이 같은 금액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각각 10.4%, 1.8% 높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측 격차는 최초 2,590원에서 825원으로 좁혀졌지만 거리감은 여전하다. 노사의 입장차가 여전히 커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결국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 뒤 내놓는 중재안을 놓고 표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그간 여섯 차례에 걸쳐 노사 수정안이 제출됐지만 합의에 이르기엔 여전히 거리감이 있다"라며 "합의 의결이 어려울 경우 부득이하게 표결로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은 물가 인상으로 인한 생계비 부담 증가를,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맞섰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물가도 반영하지 않은 최저임금 저율 인상안은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저임금노동자에게 비수를 꽂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물가 시기 가장 고통받는 계층은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라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생계를 복구하기 위해 최저임금법이 결정 기준으로 규정하는 저임금노동자 생계비, 특히 가구 생계비를 적극 고려해달라"라고 촉구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라며 "최저임금위 심의기초자료에 따르더라도 최저임금은 1만원 이상으로 인상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을 미처 다 극복하기도 전에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악화와 내수 부진으로 1% 초·중반대의 낮은 성장이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다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인상하면 희망을 빼앗는 것이고 국가 경제의 어려움도 가중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저임금은 임금 지급 능력이 가장 낮은 업종의 경영 상황을 토대로 설정돼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준수율이 하락해 최저임금으로 보호하려는 계층을 보호하지 못하는 역설이 초래된다"라고 주장했다.

올해는 최저임금 심의 최장기간 기록을 경신한 해로 기록될 예정이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1988년 도입된 뒤 3차례 변경됐는데, 지금과 같은 방식을 적용한 2007년부터 작년까지 심의에 가장 오래 걸렸던 해는 108일간 논의한 끝에 결론을 냈던 2016년이다.

올해는 이날까지 109일 동안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미 2016년 기록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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