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택배 배송을 하다가 쓰러진 고령의 택배기사가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입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전달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24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 아파트를 담당하는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 정순용(68) 씨가 배송 업무 도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정씨와 함께 일하던 아내 주홍자(64) 씨는 곧장 평소 치료를 받던 서울의 병원으로 정씨를 데리고 갔다. 확인 결과 혈관 내 혈전으로 인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날 뻔한 상황이었다.
정씨는 곧바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아내 주씨는 남편의 중환자실 입원 이후 이날 택배 배송이 예정됐던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등 5개 아파트 주민들에게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안녕하세요. 택배기사입니다. 오늘 배송 중 저희 아저씨가 심장이 안 좋다고 해서 응급실에 왔습니다. 지금 수술 중입니다. 부득이 오늘 배송은 못 하게 됐습니다. 병이 낫는 대로 배송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주씨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아파트의 한 입주민이 아파트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 캡처본과 함께 이 소식을 알리자 입주민들은 "마음이 안 좋다. 택배기사 부부가 매일 밤 10시 넘어서까지 배송하는 것을 봤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지난 19일 "우리 단지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님이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모두 보셨을 것"이라며 "병원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모금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입주민들이 앞다투어 "동참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모금에 참여, 총 930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에서 이틀 만에 107세대가 248만원을 모았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2일 "기사님께서 배송 중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입주민이 걱정했다. 저희 입주민들에게 기사님은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조금씩 성의를 모았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이 성금을 정씨에게 전달했다.
주씨는 "남편이 쓰러지던 날, 급한 대로 신선식품 배송은 마치고 병원으로 간 것인데, 의료진이 '조금만 늦었으면 정말 큰일이 났을 것'이라고 말해 가슴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며 "병원에서 돌아와 조금은 늦었지만, 아들을 불러 밤 11시 30분까지 택배 물품 배송을 마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가 나이가 들다 보니 택배 배송 업무가 빠르지 않고, 가끔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어 입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다니 정말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슴 통증이 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오늘 업무에 복귀해 정상 근무를 재개했다"며 "큰 도움을 받은 만큼, 앞으로 본연의 업무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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