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가정폭력을 신고한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에 대해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25일 대전고법 형사 3부(김병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51)씨의 살인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는 원심과 같은 구형량이다.
검사는 "부부관계를 맺고 오랫동안 같이 산 아내를 도끼와 칼로 잔혹하게 살해해 아내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끼쳤고, 남은 유족들까지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함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상태에서도 여러 차례 이를 어기고,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찾아가는 등 드러난 증거 등에 비춰 단순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는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A씨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외도 후 이혼을 요구하는 피해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아 답답했던 피고인은 흉기로 위협해서라도 대화하고 싶었고, 이마저 피해자의 도망으로 무산되자 분노에 눈이 멀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고 피고인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이날 진행된 피고인 심문에서 "범행 당일 도망가는 아내를 쫓아간 기억은 있지만 살해과정은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4일 아내 B(당시 44세)씨가 운영하는 충남 서산의 미용실에 찾아가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한 달가량 전 이혼을 요구하는 B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이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보복 상해 등)로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B씨가 합의해주지 않자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가 B씨 주거지와 직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임시 보호 명령이 내려졌고, 사건 당일 오전에는 B씨가 직접 법원에 A씨에 대한 퇴거 신청서까지 제출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A씨의 자녀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접근금지와 심신미약에 관한 법 강화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아빠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형량을 줄이려고 노력 중인데 죗값을 치를 수 있게 도와달라"는 내용의 입법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0년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5년을 명령했다.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A씨 측은 보복목적의 살인이 아닌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취지로 각각 항소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