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염정아가 완벽 변신했다.
염정아는 영화 ‘밀수’를 통해 한층 밀도 높은 연기를 펼친다. 해녀들의 리더 엄진숙으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2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작품이다.
“‘밀수’를 너무 하고 싶었어요. 류승완 감독님의 영화였고, 김혜수 언니랑 작업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대본이 너무 재밌었어요. 욕심이 나는 역할이었어요. 해녀가 바다에서 밀수품을 건진다는 설정 자체가 매력적이었어요. 무조건 해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염정아가 맡은 엄진숙은 어린 시절부터 선장인 아버지를 따라 동네 해녀들을 다부지게 지켜온 해녀였지만, 살기 위해 밀수판에 가담하게 되는 인물. 염정아는 깊이 있는 내면 연기는 물론, 캐릭터의 걸크러쉬 매력을 배가시키는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진숙이 느끼는 감정을 깊이 이해하는 데 오랜 고민이 따랐어요. 진숙은 가련해요. 슬픈 마음이 들었어요. 그중에서도 극중 춘자에 대한 감정이 무엇인지 궁금했어요. 믿는 마음과 믿고 싶은 마음, 밉지만 완전히 미워만 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있는 인물이죠. 류승완 감독과 해답을 찾아나갔어요. 함께 연기한 배우들로부터 도움을 얻기도 했고요. 혼자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거 같아요.”
엄진숙은 해녀 반장. 수중 액션 영화답게 염정아는 물속에서 시원한 물질과 액션을 선보인다. 영화를 만나기 전까지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촬영 3개월 전부터 수중 훈련을 했어요. 다른 스케줄 없이 집중적으로 했었어요. 저는 아예 수영을 못하던 사람이라서 물 안에서 숨 참는 것부터 했어요. 30초부터 해서, 1분을 넘어서까지 물 안에서 버틸 수 있었어요. 귀가 힘든 순간도 있었고, 눈이 힘든 순간도 있었어요. 그런 순간을 극복하면서 훈련을 거쳐서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과물을 보고 뿌듯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수영도 못하던 애가 진숙의 연기를 해냈죠. 물에 대한 부분이 가장 부담스러웠어요. 처음엔 류승완 감독이 다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결국 다했어요. 촬영할 땐 매일 수영장에 간다는 마음이었어요. 물이 너무 좋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근데 그 뒤로 수영장을 한 번도 안 갔어요.”
엄진숙은 밀수업자 조춘자(김혜수)와는 가족 같은 단짝 사이다. 엄진숙은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보단 함께 일하는 해녀 동료들의 삶을 먼저 헤아린다. 겉으론 말수나 감정 표현이 적지만 속으론 감정 변화가 큰 캐릭터다.
“1남 3녀 중 장녀로 자랐기 때문에 아무래도 장녀의 책임감이 내 몸에 베여있을 거예요. 엄진숙의 감정 변화를 어떻게 연기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컸어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행복을 준 현장으로 정말 많이 행복했어요. 보통 촬영이 끝나면 집에도 가지도 않고 다 같이 붙어서 모니터링하고 떠들며 깔깔거렸어요. 현장에 같이 있는 자체가 그냥 재밌어서 소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엄진숙은 조춘자와 한 때는 절친한 사이였지만, 어떤 이유로 틀어지게 된다. 이후 몇 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맞따귀를 날린다.
“춘자에게 진숙은 유일한 가족이었어요. 진숙은 춘자에 대한 오해로 배신감이 컸을 거고, 오해가 풀리면서 다시 하나가 됐죠. 사랑에 목말라 있는 춘자와 책임감이 강한 진숙. 그런 사람 둘이 그냥 하나였던 거예요. 어쩔 줄 몰라 해요. 진짜 때린 건 아니에요. 30년 넘게 연기했는데, 그 정도는 잘해요. 대본에는 ‘따귀를 때린다’고만 나와 있었는데, 여러 차례 주고받았어요. 제가 멈췄어요. 안 그랬으면 끝까지 갔을 거예요.”
영화 ‘밀수’를 통해 김혜수와 영화로는 처음 호흡을 맞추며 그동안 보지 못한 신선한 시너지를 선보일 염정아. 그는 최고의 팀워크와 시너지를 보여줬던 현장의 공을 모두 배우 김혜수에게 돌렸다.
“혜수 언니가 너무 춘자를 잘 해서 저도 자연스럽게 진숙 연기를 잘한 것 같아요. 혜수 언니는 ‘너는 이래서 좋아’, ‘넌 이런 장점이 있어’라며 늘 칭찬을 자주 해줘요. 혜수 언니는 힘이 있는 배우여서 무엇을 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하는 건 상상이 가지 않아요. 모든 스태프들이 물 밖에서 지켜보는 동안 우리 둘만 물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눈으로만 대화하는데, 서로를 의지하는 그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이 오갔어요. 그 순간을 생각하면 항상 눈물이 핑 돌아요.”
영화 ‘밀수’는 김혜수와 염정아의 여성 투톱 영화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큰 틀은 김혜수와 염정아가 이끌어가지만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다른 배우들이 열연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다 있고, 모두 다 살아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여성 투톱 영화로 단정하기 어려워요. 저는 그저 그 중의 한 사람일 뿐이죠. 촐영 당시에는 코로나 시국이라서 현장에서만 지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끼리 단톡방도 굉장히 활발했어요. (박)정민이는 '시동'때도 호흡을 맞췄는데 그땐 정말 말라서 고등학생으로 봤어요. 외모가 그렇게 보여서 아들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살이 쪄서 왔더라고요. '밀수' 현장에서 본 정민이는 아들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냥 장도리로 보였어요. 연기를 너무 잘해요. 캐릭터 분석도, 표현도 잘하고 똑똑하고 예뻐요. 장도리가 나오는 신에서 많이 웃었어요. 액션신에서 빵빵 터졌어요. 항상 정민이를 보면서 '좋아하고 아낀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아요. 내가 '너무 예쁘다'고 그러면 정민이는 쑥스럽다는 듯이 '감사합니다'라고 해요. (고)민시는 너무 귀여워요. 연기도 잘하고 민시가 현장에서도 막내였는데 정말 사랑스러운 막내였어요. (조)인성이는 촬영을 한 번 밖에 안 했어요. 현장에서는 많이 봤죠. 모든 사람을 케어 하는 좋은 배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배우, 멋있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이에요. 이번 작품을 통해 저는 사람들을 얻었어요. 그 것이 제일 커요. 또 만나고 싶어요.”
류승완 감독이 “‘밀수’를 기획할 때부터 엄진숙 역으로 함께 하고 싶은 유일한 배우였다”고 전할 만큼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인 염정아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또 다른 얼굴을 선보이며 극의 긴장감과 밀도를 한껏 끌어올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감독님은 준비가 철저하세요. 맞고 틀리고가 정확해요. 내가 답을 모를 때 감독님께 물어보면 그게 답이더라고요. 집요하게 원하는 것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가요. 배우가 연기만 잘 하면 되는 현장을 만들어 주세요. 늘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감독님의 모든 작품이 좋았지만 최근에 ‘모가디슈’가 좋았어요.”
염정아는 지난해 영화 ‘외계+인’ 1부, ‘인생은 아름다워’를 비롯해 7월 종영된 JTBC 드라마 ‘클리닝 업’까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누비면서 활약했다. 올해도 ‘밀수’에서 주인공으로 나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염정아가 2023년 하반기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데뷔 초부터 강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카트’에서 생활연기에 도전한 이후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게 됐어요. 여전히 연기는 숙제예요. 매번 두려워요. 아직도 처음엔 두렵지만, 지나고 보면 다 돼있더라고요. 매번 산을 넘어간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매번 최선을 다해요. 배우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 하는 것을 쌓아가고 있어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해요.”
염정아의 새로운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밀수’는 7월 26일 개봉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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