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떨어져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내일부터 대출 규제를 완화합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가계 빚 증가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한국은행 입장과 이번 정부 대책이 정면 충돌하면서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형교 기자입니다.
<기자>
정부가 내일(27일)부터 역전세 반환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합니다.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해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집주인이 4% 금리, 30년 만기로 대출을 받을 경우 기존보다 한도가 1억7500만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후속 세입자 보호를 위해 역전세 반환대출을 받은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도 의무화합니다.
지금은 임차인만 보증보험을 신청할 수 있는데, 임대인에게도 신청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또 다주택자인 임대인에 대해선 보증 한도를 임차인 한도(10억원)보다 많은 30억원(주택금융공사 상품 기준)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번 정부 대책으로 역전세난과 관련해 ‘큰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바뀌었는데, 특히 지난달 증가폭(5조9000억원)은 1년 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었습니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현재 103%에서 80%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7월 13일): 가계부채가 예상 밖으로 크게 늘어난다면 금리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한다든지 여러 정책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
얼마 뒤 한국은행에서 가계부채 축소 방안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는데, DSR 규제를 강화하고 전세보증한도를 낮춰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정부가 역전세난 대책으로 DSR 규제를 완화하고 임대인 보증한도를 높인 것과는 상반된 내용입니다.
정부는 전세금 차액에만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
하지만 '갭투자'를 벌였던 임대인이 주택을 매각하는 대신 추가적인 대출을 받도록 함으로써 가계부채를 줄일 기회를 놓치고 오히려 늘리는 꼴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권흥진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DSR 규제에 이미 빠져 있는 게 상당히 많은데 DSR을 적용하지 않는 대출이 늘어나는 게 이게 당장 대증요법으로 필요한지도 의문이고…]
한국경제TV 서형교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