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사고를 겪은 지 1년여 뒤에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8-1부(정총령 조진구 신용호 부장판사)는 철강업체 직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1심을 뒤집고 적응장애에 대한 불승인만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2월 전기로 작업장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다가 전기로에 지게차가 깔려 내부에 갇히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타박상만 입었지만 1년여 뒤인 2017년 5월 동료 근로자가 동일한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심한 공포와 불안감을 느꼈고 이후 병원에서 적응장애·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보다 개인적 환경 등 외적 요인이 질병 유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승인하지 않았고 A씨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적응장애와 공황장애가 모두 사고와 업무로 인해 유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공황장애가 일반적으로 업무와 무관하게 생물학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정신질환이라는 감정의의 의견이 있다며 적응장애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적응장애는 사고·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여러 사정으로 인해 유발됐거나 원고의 성격·가정환경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악화됐다고 볼수 있다"면서도 "공황장애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감정의는 업무로 인한 트라우마나 스트레스는 공황장애 위험 인자이지만 생물학적 요인만으로도 공황장애는 발생이 가능하고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공황장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고 부연했다.
적응장애는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지나치게 강한 불안·우울이나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극단적인 불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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