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K-방산의 시간이 왔습니다.
이번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일을 꺾고 호주 장갑차 공급 계약을 따냈는데요.
방산인사이드, 산업부 고영욱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고 기자, 한화의 이번 장갑차 수출 내용 구체적으로 뭡니까.
<기자>
호주 군이 보병전투차량 129대를 도입하는 사업이고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이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의 링스를 꺾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습니다.
사업 규모는 호주 달러로 최대 70억 달러, 우리 돈 6조원 수준입니다. 후속 유지 정비 사업까지 포함한 금액으로 추정되고요.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금액과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계약 체결까지 협상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앵커>
보병전투차량, 대한민국 육군 나오신 분들은 한 번 쯤 들어보셨을 테지만 사실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겁니까.
<기자>
장갑차의 일종이고요. 장갑차는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차체에 두꺼운 철판을 두른 차량입니다.
화력은 흔히 탱크라고 부르는 전차에 비해 떨어지지만 대전차전과 대공사격도 제한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임무에 따라 여러 종류의 장갑차가 있는데 보병전투차량은 그 중에서도 보병수송을 주 임무로 합니다. 전장에서 적진을 점령하는 건 결국 보병이니까 필수적인 셈입니다.
<앵커>
이번에 한화가 수출하기로 한 레드백은 특징이 뭔가요?
<기자>
한 마디로 하면 호주만 보고 자체 개발한 장갑차입니다. 호주 육군에서 요구하는 사양에 맞춰 전략적으로 개발한 거고요.
이름도 호주에 사는 독거미에서 따 왔습니다.
무게 42톤에 이르는 중장갑차고요. 최대시속은 65km, 항속거리는 600km입니다. 보병전투차량답게 승조원 3명 보병 8명을 수송하는 능력을 갖췄고요.
주 무장은 30mm 주포와 7.62mm 기관포가 달립니다.
특히 이건 주로 첨단 전투기에 탑재되는 기능인데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를 탑재해 날아오는 대전차 미사일을 포착해 요격할 수도 있습니다.
또 이스라엘과 협력으로 차량 하부에서 지뢰가 터져도 화염을 차단하는 폭발충격 완화 장치도 달았습니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이번에 경쟁한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와 비교했을 때 성능 면에서 우위를 평가받았습니다.
<앵커>
사실 독일하면 전차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장갑차도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독일을 꺾고 우리기업이 계약을 따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기자>
그렇죠. 한화 쪽에서도 자랑스럽게 여기더라고요. 특히 우리 방산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자체 기획한 무기가 해외 방산 시장에 진출한 점에서 더 의미가 크고요.
그런데 이렇게 계약을 따낼 때 까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습니다.
<앵커>
어떤 얘깁니까.
<기자>
일단은 이 사업을 누가 따내는지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 결정될 예정이었습니다. 이게 반년이상 일정이 밀린 겁니다.
이 사업은 호주군이 1960년 대 도입한 미국제 노후 장갑차를 교체하는 사업이거든요. 지금 3단계 사업이고요.
최초에 입찰이 나온 2018년만 해도 장갑차 450대 규모로 예산 규모가 20조원에 달했지만 호주군 예산이 줄면서 지금 수준이 됐습니다.
여기에 최종 경쟁상대가 독일의 링스였는데 독일도 만만치 않은 상대지 않습니까.
특히 방산 쪽은 외교 안보상의 전략적 이해관계도 중요한데 올 초 독일이 외교 라인을 가동해서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호주에서 생산하는 독일 라인메탈사의 차륜형 장갑차 ‘복서’를 독일로 역수출하는 계약을 맺기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앵커>
이걸 어떻게 뒤집은 거죠?
<기자>
아까 성능 우위를 말씀드렸는데 사실 링스 역시 최종 경쟁상대로 올라온 만큼 좋은 장갑차입니다.
그럼 어디서 갈렸냐. 이럴 경우 결국 나머지 조건에 따라 판가름 난다는 게 군사전문가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 분석입니다.
실제로 한화 쪽에 확인해보니 이번에 공급한 레드백 생산을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짓고 있는 H-ACE 공장에 만들기로 했는데요.
이 공장은 원래 호주형 K9 자주포 생산을 위해서 짓고 있는 곳입니다. 여기에 레드백 생산라인을 추가하고요. 현지 협력업체 수도 기존 40여개에서 70여개로 대폭 늘렸답니다.
부품 조달도 호주 쪽에서 많이 하고요. 특히 이집트에 수출하는 자주포에 호주산 철강을 쓰는 계약도 했습니다.
또 질롱시의 경우 과거 자동차 회사 포드 공장이 있었던 곳인데, 몇 년 전 포드가 공장을 철수하면서 지역 경제가 어려워졌답니다.
한화 측은 레드백을 도입하면 질롱시 경제에 도움이 된 다는 점도 적극 강조했다고 합니다.
<앵커>
결국은 경제적인 상생 전략으로 뒤집은 거군요. 이것도 궁금합니다. 호주는 어떻게 보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데 한 건데 장갑차가 왜 필요한 건가요. 해군이나 공군이 더 강화되야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근본적인 질문이고 타당한 지적이십니다. 저도 그 부분이 궁금했는데요.
양욱 위원에 따르면 일단 호주군은 미군과 함께 분쟁지역 파병을 적극적으로 하는 국가입니다. 장갑차 실전 투입을 하고 있고요. 또 자국 해안 경계가 뚫렸을 때를 대비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말씀하신대로 해군이나 공군에 비해선 중요성이 떨어지죠. 당초 장갑차 45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129대로 줄인 것도 이런 배경이고요.
실제로 올해 호주 국방전략 검토서를 살펴보면 그동안엔 육해공 전력을 균형 있게 운영하는 형태였다면 앞으로는 해상 전투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핵잠수함 도입도 추진하고요.
<앵커>
그럼 호주 다음에 레드백 수출 가능성이 있는 곳은 어딘가요.
<기자>
레드백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유럽 국가가 몇몇 있는데요.
우선 루마니아가 가시권에 들어온 나라고요. 또 최근 K-방산 수출의 핵심 국가인 폴란드 역시 레드백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화 레드백이 이번에 장갑차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독일, 미국의 쟁쟁한 장갑차들을 제치고 호주 수주를 따낸 만큼 경쟁력은 입증된 거고요.
장갑차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도 한 번 더 고민해보게 될겁니다.
한화 측도 다음은 유럽 시장 진출에 힘쓴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유럽 진출까지 노리는 장갑차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정말 K-방산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게 느껴지는데요.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고영욱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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