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확인되면서 같은 구조를 적용한 단지를 중심으로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자체보다는 설계,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설 시스템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표한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15개 단지 상세 현황을 보면 설계부터 시공, 감리, LH의 관리·감독 등 전 과정에서 부실이 발견됐다.
일부 단지는 설계 과정부터 지하주차장 기둥 주변 보강 철근이 누락됐다.
이는 설계 책임으로, 구조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구조계산은 됐지만 설계 도면에 전단보강근 표기를 빠뜨린 곳들이다.
일부 단지는 설계 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았다. 무량판 설계에 대한 이해와 작업자 숙련도가 부족해 시공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된 곳은 15개 단지 중 5곳으로 시공업체는 삼환기업, 이수건설, 남영건설, 양우종합건설, 에이스건설 등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건설 인력은 현장 단위로 채용하고, 그 현장의 공사가 끝날 때까지만 시공사 소속으로 일하기 때문에 충분한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면서 "건설 물량이 증가하는 만큼 인력 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설계·시공상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까다롭게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발주청인 LH는 설계·시공·감리 과정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 건설 시스템 전반이 문제라는 것이다.
LH에 대해선 '전관예우'가 설계와 구조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은 LH의 '전관특혜'라며 감사원 감사 청구 계획을 밝혔다.
경실련은 "검단 아파트 공사의 설계·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전관 영입 업체"라며 LH 출신을 영입한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고 LH가 이들의 부실한 업무 처리를 방치하면서 붕괴 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실련은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에 대한 수주 내용을 분석해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용역의 55.4%(297건), 계약 금액의 69.4%(6천582억원)를 수주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한준 사장은 "LH는 대한주택공사 시절부터 60년이 된 조직이라, 살펴보니 어느 업체를 선정하든 LH 전관들이 모두 들어가 있더라"며 "얼마나 많냐, 적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단 아파트 설계·감리사의 경우 수주에서 탈락한 업체의 LH 출신 전관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H는 설계·감리사를 선정할 때 LH 출신 직원이 누가 있는지 명단을 제출하도록 하고 허위 명단을 제출하면 계약을 취소하고 향후 입찰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을 '척결' 대상으로 지목했다.
원 장관은 "설계·시공·감리·LH 담당자에게 어떤 책임이 있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내부적으로 정밀 조사해 인사 조처와 수사 의뢰, 고발 조치까지 할 계획"이라며 "LH 안팎의 총체적 부실을 부른 이권 카르텔을 정면 겨냥해 끝까지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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