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체감온도 33~35도"
제6호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에 고온다습한 공기를 불어넣으면서 한동안 체감온도 35도 가량의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이날 오전 9시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 260㎞ 해상을 지났다.
중심기압은 935hPa(헥토파스칼), 중심 최대풍속은 49㎧(시속 176㎞)로 강도는 '매우 강'으로 판단된다.
카눈은 오키나와 인근까지 서북서진을 거듭하다가 3일께부터 대만 북동쪽 동중국해에서 정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체기는 현재로서는 5~6일까지로 예상된다.
카눈의 강도는 정체하면서 '강' 등급으로 약해질 전망이다.
태풍이 한 곳에 정체하면 스스로 세력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태풍 중심부 하강기류가 따뜻한 표층 해수를 퍼트리고 이에 상대적으로 차가운 심층 해수가 위로 올라와 해수면 온도가 떨어지며 태풍 세력이 약화한다.
애초 카눈은 중국 상하이 남쪽에 상륙할 것이 유력시됐다.
그러나 카눈 진행 방향 정면인 북서쪽 대기 상층에 자리한 저기압 소용돌이 후면에서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서진을 막았다. 이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나 일본·중국·대만 등의 기상당국도 카눈이 중국에 이르지 않고 동중국해에서 전향할 것으로 예상을 일제히 바꿨다.
2일부터는 한반도 상공까지 세력을 넓힌 티베트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부는 바람이 카눈의 북서진을 막겠다.
현재 제5호 태풍 독수리에서 약화한 저기압이 중국 내륙에서 티베트고기압을 둘로 가르며 북진하고 있다. 둘로 나뉜 티베트고기압 동쪽 덩어리의 경계가 한반도에 걸쳐진 상황이다.
분리된 티베트고기압이 다시 합쳐지는 등 3일부터 동아시아 기압계가 전반적으로 재편되겠다.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카눈 북쪽에서 세력 균형을 이루고 안정화하면서 카눈이 길을 잡지 못하고 정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수치예보모델 간 전망이 엇갈린다.
영국 기상청 모델(UM)은 카눈 북쪽 고기압 강도가 강해 카눈이 이에 영향받아 서진하면서 애초 예상대로 상하이 남쪽에 상륙하는 것을 유력 경로로 제시했다.
유럽 중기예보센터 모델(ECMWF)과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은 카눈 북쪽 고기압 강도를 상대적으로 약하게 보며 이에 카눈이 동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ECMWF는 중국 내륙에서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카눈이 동진을 거듭했다가 다시 방향을 틀어 일본 규슈를 동쪽에서 접근해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즉 카눈이 동중국해까지 북상한 뒤 정체할 것이라는 데는 전망이 대체로 일치하지만 이후 경로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카눈이 동중국해에서 정체할 때 뜨겁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넣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도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부는 고온다습한 공기와 티베트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들어오는 고온건조한 공기 때문에 매우 무더운데 카눈이 이를 더 부추기겠다.
폭염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11일까지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놓인 상황이 유지되겠으며 이에 무더위가 계속되겠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발표한 중기전망에서 11일까지 대부분 지역 최고체감온도가 33~35도에 달하고 도심지와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카눈은 제주해상과 남해상을 중심으로 거센 풍랑도 일으키겠다.
제주해상과 남해상, 서해남부해상에 당분간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0~4.0m(제주 해상 5.0m 이상)로 매우 높게 일겠다. 제주해안과 남해안, 전라서해안에는 5일까지 너울이 유입되면서 갯바위나 방파제를 넘을 정도로 높은 물결이 밀려오겠다.
(사진=기상청)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