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30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영화 바비는 첫 주말에 1억 62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데 이어서 두 번째 주말에도 9200만 달러의 수익을 내면서 올 여름 최대 박스 오피스 히트작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도 인기가 좋은데요.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생애와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 대한 비화를 담은 영화인데요, 역시 두 주 누적 수익만 1억 7410만 달러로 집계되면서 박스 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두 영화 포스터만 보아도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알 수 있는데요. 밝고 발랄한 분위기의 바비에 비해 절제된 어두운 색감의 오펜하이머 영화는 전혀 달라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북미 개봉일이 7월 21일로 서로 동일한 겁니다. 두 영화 개봉일이 겹치게 된 데에는 바비의 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와 오펜하이머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 사이의 관계 때문이라는 추측니 나오고 있습니다. 보통 원래 놀란 감독의 영화는 줄곧 워너 브라더스가 배급해 왔는데, 워너 브라더스가 팬데믹 시국에 개봉한 영화들을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Max와 극장에서 동시 공개를 택하자, 극장 경험을 중요시하는 놀란 감독과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오펜하이머〉는 결국 워너브라더스가 아닌 유니버설 픽처스 가 배급하게 되었고, 이에 워너 브라더스가 놀란을 저격해 〈바비〉의 개봉일을 〈오펜하이머〉와 같은 날로 배정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보통 개봉일이 겹치면 신규 관객층들의 수요가 분산되어 두 영화 모두의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데요. 오히려 이번의 경우에는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합쳐 만든 밈 들이 영화 개봉 전에 유행을 하면서 두 영화가 윈윈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밈의 영향은 엄청났는데요.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섞은 용어인 바벤하이머가 생기는가 하면 바벤하이머 이미지를 활용한 티셔츠도 만들어졌는데, 티셔츠만으로도 1만 4천 달러가 모일 정도였습니다. 북미에서는 두 영화를 연달아 상영하는 double feature, 이른바 동시 상영 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두 영화의 흥행의 힘은 여러 수치로도 증명 됩니다. 우선 CNN에 따르면 두 영화의 흥행은 경제 관련 통계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22일로 끝나는 한 주간 카드 이용자들의 비(非)휘발유 지출이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고 밝힙니다. 온라인 전자제품, 주택 개조, 가구 등 많은 카테고리의 지출이 감소했지만, 엔터테인먼트 지출은 급증한 건데요. 전년보다 13% 더 많은 지출이 일어나며 모든 카테고리 중에서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했습니다.
카드 지출 뿐 아니라 미국 대표 영화관 체인인 AMC 주가에서도 바벤하이머의 힘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지난 월요일인 7월 24일 당시 AMC주가는 43% 까지도 치솟았다가 33% 상승으로 마감한 바 있습니다. 이후 화요일부터 3일 연속 하락세 나타내면서 23% 도로 미끄러진 바 있지만, 이번주 월요일인 7월 31일 또 한번 8% 뛰어오르는데요, 8월달에도 투자자들은 AMC주가가 힘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또다른 영화 체인인 B&B 리버티 시네마의 임원인 브록 백비는 한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바벤하이머를 통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극장에 돌아 왔다고 전했는데요, 코로나 시기 사람들이 없는 동안 극장들이 리모델링도 거치고, 리클라이너 좌석을 도입하는 등 개선되면서, 오랜만에 극장에 온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에 영화 라인업도 좋은 만큼, 내년 정도면 2019년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영화 산업이 정상화 될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남아있는 불확실성도 있습니다. 영화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들과 작가들의 파업이 장기화 되는 점인데요. 소니 픽처스는 지난 금요일 고스트버스터와 크라벤 더 헌터 같은 영화들을 개봉일을 내년으로 연기 한다고 밝혔고, 기대가 많이 모였던 스파이더맨 영화는 상영 캘린더에서 아예 삭제 되어 버렸습니다. 배우 젠다야가 출연하는 챌린저스라는 영화도 상영일이 내년으로 연기된 바 있습니다.
할리우드 파업이 장기화 된다면 영화관 기업들에게는 이미 코로나 영향으로 재무 재표가 약해진 상황에서 또 다시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요. 영화관에서는 신작을 상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트리밍 업계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5년가량 이런 모습이 지속되더라도, 해외에서의 존재감과, 광범위한 콘텐츠와 수익성 있는 대차대조표를 고려할 때 큰 타격은 없다는 분석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전가은 외신캐스터
한국경제TV 제작1부 정연국 PD
ykjeon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