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악몽 반복되나…미국 '최고 신용등급' 박탈

김종학 기자

입력 2023-08-02 08:31   수정 2023-08-02 09:29

피치(Fitch), 미국 신용등급 AAA→AA+ 강등


기축 통화국인 미국이 세계 최고 신용등급을 또 박탈당했다.

세계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피치 레이팅스(Fitch)는 현지시간 1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무디스가 여전히 최고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으나, S&P글로벌레이팅스가 2011년 부채 상한 위기를 반영해 AA+로 낮추는 등 위상이 약화된 상태다.

피치는 이번 강등에 대해 "향후 3년간 예상되는 재정 악화, 일반 정부 부채의 높은 증가세, 거버넌스의 약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연방정부 적자가 지난해 GDP 대비 3.7 %에서 올해 6.3 %로 증가하는 등 천문학적인 부채가 발목을 잡았다는 진단이다.



올해들어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정치적 대결을 벌였지만, 지출 삭감 등에 대한 한시적인 협상안 도출에 그쳤다.

미국은 지난 5월말, 지출 삭감을 둘러싼 수개월간의 협상 끝에 연방 부채한도 11시간여를 남겨두고 가까스로 디폴트를 피했다.

일련의 사건에 대해 피치는 "반복되는 부채 한도 교착 상태와 막판 해결은 잠재적인 우려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피치는 부채한도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24일 신용등급 강등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피치의 이번 신용 등급에 대해 "자의적(arbitrary)이고, 이미 지나간 자료에 근거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도 즉시 성명을 내고 "세계 주요 경제 중 가장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은 현실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호주·뉴질랜드 뱅킹 그룹 전략가인 데이비드 크로이의 말을 인용해 "액면 그대로 미국의 명성에 먹칠을 한 셈이지만, 시장의 불안과 위험 회피를 자극해 국채와 달러에 대한 매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채는 이번 발표가 공개되기 전부터 불안정한 상승흐름을 보였다. 미 재무부가 늘어나고 있는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장기 증권 발행을 늘릴 준비를 한 여파다. 간밤 미국의 10년물 국채는 4.037%로 전 거래일 대비 8bp, 30년만기 국채는 4.103%로 8.7bp 뛰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지수는 0.2% 올랐으나, S&P500 지수는 -0.27%, 나스닥 지수는 -0.43% 하락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102.4포인트까지 올랐으나 신용등급 강등 소식 이후 101.96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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