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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왜 이렇게 강해지나?…결국 ‘사람’이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3-08-07 07:33  


올들어 지난 3년 동안 전 셰계인을 어렵게 했던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될 무렵 “이제는 모든 것이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도 잠시 미국 은행위기와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2017년에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가 처음 언급했던 ‘초불확실성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통계학에서 자연·사회·정치·경제 현상은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 모양의 정규 분포로 설명한다. 코로나, 이상기후 등과 같은 디스토피아 위기는 전형적인 테일 리스크에 해당한다. 테일 리스크는 정규분포 상 양쪽 끝으로 발생 확률이 낮아 대책을 세워놓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면 충격이 크다.

하이먼 민스크의 리스크 이론에서는 디스토피아를 가장 위험한 “Nobody knows”, 즉 아무도 모르는 리스크로 분류한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행으로 진단하고 대처할 수 없는 뉴 노멀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뉴 노멀 리스크는 미래 예측까지 어려워 누니엘 루비니 교수는 ‘뉴 앱노멀’ 리스크로 별도로 구분한다.

뉴 노멀과 뉴 엡노멀 리스크는 참고할 만한 준거의 틀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사람의 위기대처능력이 중요하다. 결과는 크다. 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행으로 설명되는 노멀 리스크는 대처하기는 쉽지만 그 자체가 구속이 되기 때문에 ‘작은 변화’만 오지만 사람에 의한 대처는 초기에는 어렵지만 극복하면 횡재 효과까지 더해져 ‘큰 변화’가 온다.


<그림 1> PMI로 본 세계 경기 동향


올들어 제2 리먼 사태까지 우려됐던 은행위기, 제2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수모로 비유된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조치를 극복하는 미국의 저력은 무엇인가? 한 나라의 위기와 같은 복잡한 현실을 푸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특정 경제이론에 의존하기보다 당면한 현안을 극복하는데 기여했던 종전의 정책처방을 참고로 하는 실증적 방법이 활용된다.

지난 3월 이후 잇따른 비상상황을 맞아 미국이 위기극복의 준거 틀로 삼아왔던 여러 정책 처방 가운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던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패러다임은 버락 오마바 정부 시절에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면서 최대 난제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적용됐다.

출발은 1950년부터 1988년 은퇴할 때까지 예일대에서 화폐경제학을 가르쳤던 제임스 토빈이다. 정책적으로는 로버트 솔로우, 아서 오쿤, 케네스 애로우 등과 함께 1960년대 존 F. 케네디와 린든 B. 존슨 정부 때 실행됐던 경제정책을 설계하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월리엄 노드하우스, 로버트 쉴러, 그리고 재닛 옐런이 뒤를 잇고 있다.

전체적인 기조는 경기부양 등과 같은 단기과제는 케인스언 이론을 선호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등과 같은 장기과제는 신고전학파 이론을 받아들여 해결한 독특한 정책 처방 패키지이다. 즉, 단기과제는 총수요와 총공급 곡선으로 이해하고, 장기과제는 토빈과 솔로우 모델을 선택했다.

경제정책은 당면한 현안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했다. 재정정책은 경기부양과 위기극복을 위해 재정 건전화가 뒷전으로 물러나는 것을 용인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통제권에 들어오면 국가채무를 줄어 재정 건전화를 도모하는 쪽으로 우선순위가 이동됐다. 통화정책도 ‘준칙(monetary rule)’대로 운용되지는 않았다.

최종 목표인 장기성장과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물적자본, 인적자본,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정부는 친기업 정책을 추진해 이윤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맞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세제도 투자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고 소비세율을 높여 저축과 투자가 함께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을 토대로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1960년대와 1990년대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토빈 교수가 케네디 정부에 정책 자문했던 1961년 이후 106개월 동안 확장 국면이 이어졌다. 1990년대에는 예일대 교수들이 다시 빌 클린턴 정부와 손을 잡으면서 확장 국면이 2001년 3월까지 120개월 동안 지속됐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도 활용됐다. 1990년 이후 ‘엔고(高)의 저주’에 걸려 20년 이상 침체국면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 교수의 발권력을 통한 엔저 유도 권고를 받아들여 ’잃어버린 30년‘ 우려를 차단하려 했던 아베노믹스가 대표적인 예다. 고이치는 토빈의 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기부양, 고용창출, 재정 건전화를 목표로 출발했던 조 바이든 정부도 집권 전반기가 끝났다. 3대 목표 중 완전고용이 달성된 지는 오래됐다. 작년 3분기 이후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2%대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채무는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특별 재정지출 요인으로 개선할 틈이 없었다.

바이든 정부의 집권 후반기 목표는 명확하다. 미진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재정 건전화를 도모하는 일이다. 케인스언의 총수요 관리이론대로 두 과제를 달성하는 가장 손쉬운 수단은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안이다. 하지만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고 어렵게 잡히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우려가 있어 쉽지 않다.

최근과 상황이 비슷했던 1990년대 후반 클린턴 정부는 전임 조지 부시 정부의 ‘강력한 미국’ 정책으로 늘어난 국가채무를 줄이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페이 고(pay go)’를 추진했다. 소모성 경비인 일반 경직성 세목을 줄여 경기부양효과가 큰 투자성 세목에 몰아주는 제3의 정책처방인 이 정책은 집권 후반기 바이든 정부에서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정책 면에서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첨단기술산업을 육성해 한편으로는 성장률을 끌어올려 재정수입을 늘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물가안정을 도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은 인플레 안정에 무게를 두되 바이든 키즈들의 영향력이 발휘되면서 경기부양과 다른 목표와 조화를 추기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2> 주요국 인플레 추이


미국 경제, ‘골디락스 신화’ 재현되나?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신경제 신화를 낳았던 미국 경제의 ‘골디락스 국면이 다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골디락스 경제란 어느 배고픈 소녀가 숲속에 가다가 곰이 차려놓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먹기에 가장 좋은 음식을 먹었다는 영국의 전래동화에서 유래된 용어로, 저물가 하에 고성장하는 이상적인 국면을 말한다.

2년 전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당시만 하더라도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숙한 대응으로 2020년 2분기 성장률이 -31.4%를 기록할 만큼 추락했다.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국’과 ‘바이든국’으로 양분되면서 트럼피즘, 즉 극단적인 트럼프 옹호자에 의해 민주주의 상징인 의회까지 점령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웃돌 만큼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1774년 건국 이래 최대 위기였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 사태 극복과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국민의 화합과 미국의 재탄생을 도모하고 있다. 인종과 소득수준, 정치적 성향 등과 관계없이 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하고,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와 교육체계 등을 새로 도래된 환경에 맞게 재정비해 일자리 창출과 모든 국민에게 기회를 균등히 주겠다는 목표로 초대형 인프라 계획을 추진해 왔다.

대외적으로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해 중국의 추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선진 7개국(G7) 회담, 대서양 동맹 등을 복원해 전통적인 우방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경제협력네트워크(EPN)을 통해 인도를 주축으로 한 아시아 국가와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 체제를 재구축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같은 코로나 사태를 맞아 한국은 지금 어디에 있고 급변하는 세계경제질서 재편과정에서 한국 경제는 제대로 길을 찾고 있고 대응은 하고 있는지 국민 입장에서는 궁금하다. 정도 차가 있지만 미국과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 정부도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을 참고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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