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이 발생하면 다이아몬드 수요가 늘어난다는 업계 통설대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강세를 보였던 다이아몬드 가격이 올해 들어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DEX 자료를 인용해 광택된 다이아몬드 가격이 지난해 고점 대비 27%나 급락한 상태라면서 10일 이같이 전했다.
팬데믹 기간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다이아몬드도 다른 상품가격과 마찬가지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업계 애널리스트인 이든 골란에 따르면 2021년 다이아몬드 판매량도 2021년에 57.4%나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판매 호조세가 이어졌다.
재앙과 다이아몬드 수요와의 상관 관계는 실제로 여러 차례 입증됐는데 9.11 테러 직후 미국 내 다이아몬드 판매량이 급증했으며,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업계 애널리스트인 폴 짐니스크의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공급이 줄어든 것도 다이아몬드 가격을 부추겼다.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공급량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과 비교할 때 10% 정도 감소했을 것으로 짐니스키는 추정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면서 상황이 급변하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WSJ은 소개했다. 업체들이 코로나19 기간에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량을 확대했으나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수요가 예상만큼 발생하지 않으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짐니스키는 거의 무광이고 흠집이 거의 없는 1캐럿짜리 둥근 형태의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5천185달러(약 687만원)로, 지난해 초보다 1천900달러(약 251만원)나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기간 대면 접촉이 줄면서 남녀 간의 교제가 줄고 약혼반지 수요까지 줄어든 것도 다이아몬드 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케이 주얼러스의 모회사인 시그넷 주얼러스는 남녀가 평균 3년 반 정도 사귄 뒤 약혼한다면서 지난 4월29일 끝난 분기의 약혼 건수가 낮은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인 것도 코로나19 기간에 남녀 간의 교제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재의 불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문제는 장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WSJ은 내년 다이아몬드 수요가 2022년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면서 약혼반지 수요도 내년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주요 7개국(G7)이 고려하고 있는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 금지도 다이아몬드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라고 WSJ은 덧붙였다.
그러나 양대 다이아몬드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지속적인 결혼율 하락과 랩 다이아몬드의 부상 등으로 인해 다이아몬드 업계의 장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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