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순방에 나선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미국의 견제에 맞선 '우군' 확보에 힘을 쏟았다.
1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리 총리를 만나 "중국의 발전은 평화 역량의 성장이자 안정적 요소의 증강"이라며 "세계 각국에, 특히 주변 국가들에 오래 지속될 보너스(紅利)와 발전의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왕 위원은 이어 "미국은 단극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기 때문에 중국 등 신흥 국가의 발전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한편으로는 '대만 독립' 세력이 미국에 기대어 독립을 도모하도록 종용·지지함으로써 중국의 레드라인에 부딪히고, 다른 한편으론 공정경쟁이라는 가면을 벗고 다른 국가들이 중국을 상대로 일방적 보호주의에 나서도록 강요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역행은 (미국) 자신의 위신을 손상시키고, 세상 사람들에 미국이 오늘날 최대의 불안정 요소임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리셴룽 총리는 "오늘의 세계는 결코 평화롭지 않기 때문에 강대국이 주도적 역할을 발휘해 상호 이익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며 "싱가포르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중국이 협력을 심화하고 지역의 평화로운 발전을 함께 지키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또 리 총리는 "리콴유 전 총리가 남긴 귀한 재산은 선대 중국 지도자들과 함께 양국 관계 발전의 튼튼한 기초를 다졌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의 중요한 가르침을 영원히 새기고 싱가포르·중국 우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왕이 위원은 이날 로렌스 웡 싱가포르 제1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선 "오늘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유일한 정도(正道)는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과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국제 질서를 함께 수호하는 것"이라며 "강대국은 더욱 모범이 돼야 한다"고 했다.
웡 부총리는 "현재 싱가포르와 중국의 관계는 강하게 발전하고 있고,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의 성과도 풍성하다"며 "싱가포르는 '정글의 법칙'과 힘의 정치에 반대하고, 지역의 평화·안정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함께 지킬 것"이라고 화답했다.
아울러 웡 부총리는 싱가포르가 중국의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왕 위원은 외교부장 복귀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싱가포르·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아세안 3개국을 택했다.
미국, 중국과 모두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을 자국 편으로 끌어당겨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는 한편, 시진핑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 구상 10주년을 맞아 지지세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진=중국 외교부 제공)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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