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산불이 휩쓴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경보 시스템이 제때 작동하지 않아 대피가 지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하와이 재난관리청 대변인 아담 와인트럽은 산불이 처음 발생한 지난 8일 마우이의 경보 사이렌이 발동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휴대전화와 TV, 라디오 등을 통한 경보가 발송되기는 했지만, 전력이나 인터넷이 끊기기 전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마우이섬 서부 해변마을 라하이나의 주민 토머스 레너드(70)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기 냄새를 맡기 전까지는 산불이 났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력과 통신이 모두 끊긴 상태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위험한 탈출을 감행해야 했고, 몇시간 동안 방파제 뒤에 숨어있다 겨우 구조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피소에 머무는 다수의 라하이나 주민도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불꽃을 보거나 폭발 소리를 듣고서야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하와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옥외 경보시스템을 자랑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경보 누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에 따르면 하와이 전역에는 주민들에게 자연재해나 기타 위협을 알리기 위한 약 400여개의 사이렌이 갖춰져 있어 통합적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특히 라하이나 지역의 산불 위험은 마우이섬 자체 방재 계획에도 상세히 기록돼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편이다.
마우이 소방 당국은 산불 확산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경보를 담당하는 재난관리청에 상황을 전달하기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마우이가 소방대원 부족으로 진화 작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와이소방관협회 회장 바비 리는 현재 소방대원 65명이 마우이와 몰로카이, 라나이 등 3개 섬에서의 화재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차는 13대, 사다리차는 2대에 불과한데, 이조차도 포장도로용으로 설계됐으며 비포장도로용 차량은 전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화마가 도로 또는 인구 밀집 지역에 접근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불을 완전히 끄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마우이섬에서는 이날까지 나흘째 산불이 확산 중이며, 지금까지 5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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