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나이 오십에 천명(天命)을 알았다는데, 나는 오십도 채 되지 않아 지병(持病)을 앓았다. 위로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시작해서 위궤양으로 이어졌고, 아래로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끝을 맺었다.
뭐가 문제일까. 돌아보니 젊은 시절 아침밥 건너뛰기를 밥 먹듯이(?) 했던 탓이다. 시대는 바뀌어도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한가 보다. 상대적으로 풍족한 시대를 사는 지금 청년들도 그 시절 나처럼 아침을 굶는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라떼(나때)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였고 지금 청년들은 아침이 바빠서다.
일찍이 이를 알아본 곳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이다. 농정원의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올해로 7년을 맞았다. 대학생들의 아침 식비 중 천원은 농정원이, 천원은 학생이 부담하고, 그 외 비용은 대학이 자율로 부담하는 구조다. 바쁜 청년들에게는 일반식과 함께 간편식 제공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농가에는 쌀소비 촉진을 통한 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한다.
신박한 이 사업이 아쉽게도 몇 년 안 되어 코로나19를 맞았다. 개인 간 거리 유지로 인해 홍보는 물론 사업이 크게 확대되지 못하다가, 상황이 진정된 올해에야 대학가를 흔들었다. 급격한 물가 인상, 경제 악화로 더욱 가벼워진 학생들 호주머니 사정과 맞아떨어지면서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언론은 하루가 멀다고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날랐다. 여기에다 사회 현안에 민감한 정치인들의 관심은 논의의 장을 넓히기에 충분했다.
결과는 어땠나. 농정원은 사업 선정 대학에 신청 금액의 70%만 지원한다는 것이 당초 방침이었다. 예산상의 한계가 이유였다. 하지만 사회적 요구와 함께 신청 예산 100% 지원으로 선회했다. 신청대학도 추가로 받았다. 참여 대학은 종전 41곳에서 145곳으로, 식수 인원은 69만명에서 234만명으로, 참여 대학과 식수 인원 모두 3배 이상 확 늘었다. 일선 교육 현장의 한 사람으로서 고무적인 현상이었고, 반가운 일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꼭 챙겨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이 좋은 사업에 전국 약 360여 개 대학 중 40%만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둘 중 한 곳 이상은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유가 뭘까.
문제는 대학 부담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다년간의 등록금 동결 등으로 대학 수입은 쪼그라든 반면, 인건비며 공과금 등 경상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대학 부담을 전제로 하기에 재정적 여유가 있거나 동문 지원이 이어지는 대학이 아닌 이상, 그렇지 못한 대학들의 사업 신청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참여 대학 또한 사업의 지속, 확대가 고민되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현상에는 문제와 해법이 상존한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살피는 지자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깝게는 화성시가 그렇다. 지난 8월 16일 화성시는 지역 내 천원의 아침밥 사업 참여 대학들과 상호 협약을 체결했다. 시에서 청년들을 위해 대학 부담금의 일부를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사업 참여 대학은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더욱 온전히 힘을 쏟게 됐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학생들 복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앞으로 화성시와 같은 지자체들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대학의 사업 부담 완화로 사업 참여가 늘어나고 수혜 학생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 그래서 이들이 나이 오십이 됐을 때, 우리 5060세대처럼 지병(持病)을 앓지 않고 천명(天命)을 알아가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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