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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점수 낮은데 외상 되나요?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기자

입력 2023-08-19 07:00   수정 2023-08-25 14:53

선구매 후결제 이용자 300만명 넘어
금융이력 부족자들도 최대 30만원 가능
연체율 급증은 과제…평균 5.8%


"직업은 없습니다. 신용카드 발급도 안 되는데, 혹시 외상 됩니까?"

외상? 됩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 플랫폼서비스를 통해 최대 30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최근 금융권에서 가장 '핫'한 서비스, 바로 선구매 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입니다. 신용점수가 낮아도, 신용카드 발급이 되지 않아도 외상이 가능한 것이 BNPL의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당장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아도, 일단 끌어다 쓰면 장땡일까요?

◆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혁신서비스'

BNPL은 말 그대로 선구매 후결제, 지금 사고 나중에 낸다는 의미입니다.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하면 BNPL 업체가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소비자는 물품을 받은 뒤 업체에 대금을 상환하는 방식의 결제서비스입니다. 사실상 '외상' 개념이죠. 물품을 미리 구매하고 대금을 나중에 상환한다는 점에서 신용카드와 유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BNPL은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학생이나 주부, 사회초년생 등 '씬파일러'로 불리는 금융이력 부족자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은 고객의 신용점수 등 금융정보를 기반으로 대출을 해주거나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데, BNPL은 소비자의 결제, 쇼핑 이력 등 비금융정보를 결합한 대안 신용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외상을 해주기 때문에 신용점수가 낮아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BNPL은 이미 해외에서도 '혁신 아이템'으로 꼽힙니다. 미국 대형 결제업체들은 BNPL 업체를 잇따라 인수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는 2025년 BNPL 시장 규모가 현재의 15배인 1조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금융위원회가 이 서비스를 혁신금융으로 지정했고 현재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 등이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 혁신금융이라지만…카드보다 높은 연체율

미국 BNPL 이용자의 80% 가량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MZ세대입니다. 아직 고정 수익이 없고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젊은층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빅테크사들이 월 15~30만 원의 한도를 부여해 씬 파일러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부 카드사들도 해외 또는 유통사들과 손잡고 BNPL 서비스를 속속 출시 중입니다.

실제 올 6월 말 기준 빅테크 3사의 BNPL 서비스 누적 가입자 수는 302만 명으로 전분기보다 13.4%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편리한 서비스라고 해도 외상이 잦아지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서비스의 발목을 잡는 것, 바로 연체율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빅테크 3사의 BNPL 서비스 연체율은 평균 5.8%로 전분기말보다 1.4%p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카드사의 연체율은 1.58% 입니다. 신용평가모델과 고객군 자체가 다른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일반 금융회사의 연체율보다 확연히 높은 수준인 것은 사실입니다. 온라인상에서 일단 외상으로 물품을 구매하고 물건값을 갚지 않은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 "연체 관리 안전장치 마련돼야"

BNPL 연체율이 크게 늘어난 것은 학생이나 주부, 사회초년생 등 씬파일러들의 소득 수준이 일반 급여소득자들에 비해 낮거나 불안정해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우리나라보다 BNPL을 빨리 도입한 미국의 경우에도 "BNPL 이용자들은 부채가 많고 신용카드의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오히려 과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BNPL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있어 일반 금융서비스와 같이 규제를 받고 있진 않지만, 이처럼 연체율 우려가 커지면서 재무건전성 규정 등 합리적인 규제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도가 적긴 하지만 이미 사용자가 300만명을 넘어선 만큼 불필요한 소비로 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BNPL 업체들은 아직 국내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대안신용평가모델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금융이력을 제외한 별도의 평가데이터를 더 축적하고 분석해 고도화하는 작업이 진행되면 연체율 관리가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체율 급증이 이어진다면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심사를 강화해 건전성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큽니다. 혁신과 안정성 사이에서 적절한 장치를 찾아내는 것이 과제로 꼽힙니다.

★ 슬기로운 TIP

대출이나 신용결제가 아니라고 해서 연체이자까지 없을까요? BNPL도 연체이자가 있습니다. 급한대로 BNPL을 통해 물품을 구매했는데, 대금을 정해진 기간까지 보내지 못 했다면, 당연히 연체이자가 붙습니다. BNPL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신용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연체가 될 경우에는 추후 BNPL을 이용할 수 없고, 각사마다 다르지만 연 최대 12%의 연체수수료가 부과되니 소액이라도 꼭 자금계획을 세우고 이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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