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에서 감소는 발병과 무관
비만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졌지만, 비만이 있는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양한 연구가 있다보니, 체중과 치매와의 관련성은 학계의 논쟁거리다. 그런데 최근 '비만-치매' 논쟁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이준영·김근유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어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체중 변화와 치매와의 관계가 비만 여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가설에 착안해 국가 노인 코호트를 분석했다. 비만 여부는 체질량지수(BMI)에 의해 정의하고(25kg/㎡ 이상) 복부 비만은 허리둘레(남자 90cm, 여자 85cm 이상)로 정의했다.
연구팀이 65세 이상 대상자 4,600여명의 1년간 체중 변화와 이후 4년간 치매 발병 여부를 조사한 결과, 비만이 아닌 대상자는 1년간 BMI가 1%씩 감소할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3.3%씩 증가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도는 4.8%씩 증가했다.
반면, 비만인 대상자의 BMI 감소와 치매 발병 위험도는 연관성이 없었다. 오히려 비만이면 허리둘레가 이전보다 감소할 경우 알츠하이머의 발생이 낮아졌다.
김근유 교수는 "후각과 식욕을 담당하는 뇌신경세포의 퇴행으로 인해 체중 감소가 선행하고 이후 인지장애 증상이 드러날 수도 있으나, 지방 조직량 이외에 신경보호 역할을 하는 근육량도 BMI 지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근육량의 정도가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BMI보다 지방량이 더 잘 반영되는 허리둘레의 감소는 오히려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감소시킨 것이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즉 근육량을 포함하여 적정 체중과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살이 빠지는 것보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살이 빠지는 게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려면 몸무게가 아니라 복부 지방이 줄어야 한다. 노년기의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근육량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김근유 교수는 "해당 연구는 노년기 비만 유무에 따른 BMI 또는 허리둘레의 감소와 치매 발병률의 연관성을 규명한 최초 연구"라며 "관찰한 대상자들의 체중감소 원인을 알 수는 없었으므로 운동이나 식이조절로 인한 의도적 체중감량이 치매 발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에서 규명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공식 학술지 ‘알츠하이머&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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