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술주가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증권가에서 정작 AI로 운용되는 ETF 대부분은 S&P 500과 같은 지수의 상승률보다 뒤처져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 주식 붐에 정작 AI 펀드들이 빠져있는 셈이다.
3억8천500만 달러(5천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인공지능(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인 AIVL(WisdomTree U.S. AI Enhanced Value Fund)은 올해 총 2.2%의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대표적인 가치성장 지수인 러셀 1000 밸류(Russell 1000 Value)를 추종하는 한 ETF는 배 수준인 4.5% 상승했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스톡 피킹(stock picking·개별 종목 선별) 세계에서 기술의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VL은 이 펀드의 AI가 페이스북의 모회사이자 AI에 충실한 메타 플랫폼스의 매수를 거부하는 바람에 실적 부진을 겪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의 경우 AI 관련 기술 투자 등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이후 주가가 140% 이상 급등했다.
이에 AIVL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측은 상상하기 어려운 급격한 주가 상승이 있었다며 이런 상승이 단지 과대평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AI 기반 ETF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 AI의 재능을 활용해 예측하고, 포트폴리오 관리자가 거래 전략을 선택한다. 이후 AI는 과거에 가장 잘 작동했던 전술을 사용해 해당 전략 내에서 거래하도록 지시한다.
또 투자자들을 끌어모으지 못한 점도 이같은 ETF의 실적 부진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 WSJ이 관련 13개 ETF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7조 달러(9천355조원) 규모의 ETF 전체 시장 중 극히 일부인 약 6억7천만 달러(9천억원)를 관리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와 지난해에 3억 달러(4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출됐다.
AI 기반 펀드들은 인적 비용을 절감하고 헤지펀드와 같은 기술을 대중에게 제공하리라는 기대감을 준다. 어떤 경우에는 AI가 개인 투자자보다 주식 거래 시점을 더 잘 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AI는 9·11 테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건에는 포트폴리오 매니저 같은 전문가를 능가할 만큼 아주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AI 옹호자 쪽에서는 AI가 데이터가 들어오는 대로 지속해 처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성능이 향상되리라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한 증거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AI 기반 주식 ETF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AIEQ는 2017년에 출시됐고, 올해 9% 상승했다. 올해 첫 5개월 동안 시장을 주도한 7개 대장주(magnificent seven)의 급등에도 함께하지 못했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에서 실행되는 AIEQ는 수백만건의 뉴스 기사와 소셜 미디어 게시물, 애널리스트 보고서 및 재무제표 분석을 거쳐 베팅하는데, 너무 많은 주식에 매수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AIEQ는 출시 후 첫 몇 년간 주요 지수를 능가했지만, 지난해 시작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입었다. 출시 후 지금까지 총수익률은 약 44%다.
반면 같은 기간 S&P 500지수를 추종하는 SPY ETF의 수익률은 93%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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