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전수조사에 부담감만 가중
"대체투자 사후 리스크 관리 한계"
감사원에 이어 금융감독원까지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가 투자한 대체투자자산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한동안 유행처럼 늘어난 해외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 부실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인데 벌써부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력 5명이 273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산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대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73조 원.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의 대체투자 규모입니다.
'대체투자'란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부동산, 인프라, 사모주식, 사모대출 등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저금리 장기화와 안정적인 수익률 때문에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은 해마다 그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늘어난 비대면 근무와 금리의 상승반전 때문에 부동산 투자를 중심으로 부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분기 미국 주요 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은 17.5%로 선진국 우량 오피스 빌딩 위주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기관투자가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사원은 이미 연초부터 이같은 상황을 감지하고 각 기관마다 개별 투자건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 전수조사를 벌인 바 있습니다.
최근 상황이 악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금융감독원도 지난주까지 연기금과 공제회를 대상으로 해외 부동산 펀드 자료를 집중적으로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지난해 연말 신설된 금감원 금융시장안정국 감독정보팀 인력은 총 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제적으로 위험관리 강화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지만, 1명당 평균 55조 원꼴에 달하는 투자자산 점검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A공제회 관계자: 그러니까 지금 뭐 사실 일단 자료 제출만 하는 거죠. 한꺼번에 문제가 터지니까 (금융당국이) 모든 자료들을 다 받기는 하는데 일단 이거 검토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거고요.]
특히 대체투자는 자산을 매각하기 전까지 손실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서 금융당국이 부실자산을 골라내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도 대체투자 특성상 주식이나 채권과는 달리 사후적인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병진 /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교수: 대체투자는 내가 빠져 나오고 싶다고 해서 바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투자를 할 때 주의 깊게 잘했어야 하는데…일단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는 사실 방법은 별로 없죠.]
급격하게 늘어난 대체투자 부실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실효성 떨어지는 검사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대연입니다.
영상촬영: 김영석
영상편집: 이가인
CG: 심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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