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원유 수출 수입이 감소하고, 전쟁으로 인한 지출은 증가하는 등 서방이 부과한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AP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빈 브룩스는 최근 러시아 경제가 제재와 전쟁 지출로 인해 "서서히 타오르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당장은 심각하지 않아도 장기적으로 보면 벌어들이는 돈은 줄어드는데 씀씀이만 계속 늘어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다.
최근 수도 모스크바를 보면 겉으로는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AP는 전했다. 유명 식당 등이 몰려 있는 볼샤야 니키츠카야 거리는 여전히 사람으로 북적이고 상점도 분주하다.
하지만 많은 서방 기업이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자라(Zara), H&M 등 패션 브랜드는 자취를 감췄으며 미국 도넛 체인 '크리스피 크림' 매장도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주요 경제 지표도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고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4% 수준에 그쳤지만, 곳곳에서는 경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가 율리아나(38)는 "우리 (경제) 상황은 급격히 악화했다. 오늘, 내일, 모레에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 세대 이상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 통화 가치도 불안정하다. 지난 14일 환율은 달러당 102루블을 찍었다. 그간 환율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통했던 달러당 100루블을 넘어섰다.
러시아 정부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역내 외화 흐름을 묶는 걸 골자로 하는 자본통제 방안을 검토하는 등 수습에 나섰으나, 이미 러시아 경제에 생긴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AP는 평가했다.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석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자금의 유입도 감소하고 있다. 앞서 폴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이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에서 51.45달러로 더 낮추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 국민과 기업의 수입품 의존은 그대로라 무역수지 흑자폭이 갈수록 작아지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정부는 치솟는 전쟁 비용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국방예산을 9조7천억 루블(약 133조원)로 책정했다. 전체 공공 예산(29조500억 루블)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자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은 비중이다.
브룩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게 딜레마"라면서 "전쟁을 치르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걸 막기 위해 현금이 필요한 것과 금리를 인상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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