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전세계가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올해 사상 최악의 무더위를 겪은 동남아 일부 국가의 노동자들은 열악한 정도를 넘어 살인적 폭염 상황에 놓여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심층 보도에서 동남아에서는 주로 4∼5월이 연중 가장 더운데, 올해 이 기간에 태국과 베트남 등 일부 국가는 최고기온이 섭씨 45도 안팎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고 전했다.
특히 점점 더 더워지는 기후 속에 냉방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경우 실내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야외 노동자들만큼이나 위험하지만 각국 정부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WP는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동남아는 높아지는 온도에 뒤늦게서야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제 때에 대응할 기회를 놓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싱가포르 국립대 '히트 세이프(HEAT SAFE)' 프로젝트의 제이슨 리 선임연구원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동남아에선 막대한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계절에 따른 기온의 급상승은 없지만 이미 아주 덥기 때문에 지속적인 기온 상승은 감내할 수 있는 인간의 한계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특히 폭염의 영향과 관련해 간과하고 있는 분야는 실내 근로자들에 대한 영향이다.
리 연구원은 "실내(공장)의 열기가 진짜 문제다. 사실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하루 10달러(약 1만 3천원) 임금에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어 실내 온도가 수시로 섭씨 38도를 넘는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51세 여성 룽나파 라타나스리 씨의 작업 환경 등을 소개하며 태국 상황에 주목했다.
방콕 외곽의 한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올해 작업장 냉방 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인근 유리 제조업체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있었지만 거절당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면서 WP는 태국의 경우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지만 폭염 스트레스가 작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태국 보건부 소속 선임 연구원인 벤야완 타와츠파 씨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나라가 점점 더 더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부는 잘 모른다"며 "부분적으로 그것은 의사들이 더위 관련 질병은 환자가 분명한 증세를 보이는 상황에서조차 진료를 안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타와츠파 씨는 "태국은 폭염 관련 경보 시스템이나, 관련 질병을 추적하는 종합적인 데이터가 없다"며 태국 정부는 폭염을 태풍이나 대기오염과 같은 기상 위험 요소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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