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가 깜짝 출시한 신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제품에 사용한 프로세서 등 구체적인 '스펙'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도 중국 소비자들의 대기 행렬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달 29일 정오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Mate)60 프로'의 첫 사전 주문 물량이 3일 일부 구매자들에게 배송됐다.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SNS) 영상 등을 통해 올라온 '언박싱'(포장 개봉) 영상을 보면 메이트60 프로의 다운로드 속도는 500Mbps(초당 메가바이트)로, 통상 중국 4G 휴대전화의 다운로드 속도인 100Mbps를 뛰어넘었다.
이를 근거로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고 5세대 이동통신(5G)을 지원하는 휴대전화를 만들어냈다는 추정이 나오기도 하지만, 화웨이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들도 '5G'를 메이트60 프로의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지 않았다.
스마트폰 성능을 공개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출시 방식도 새로웠다. 화웨이는 지금껏 사전 구매 방식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보통 애플 신제품이 나오는 9∼10월에 신제품을 출시해왔다. 이번 신제품도 원래는 이달 12일 상하이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시 일정은 지난달 29일로 갑작스럽게 당겨졌다. 이를 두고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제재를 주관하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방중한 기간을 출시 시점으로 고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차이신은 테스트 소프트웨어를 사용해본 결과 메이트60 프로에 탑재된 칩은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기린 9000S'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2020년 10월 발표한 메이트40 시리즈에 대만 TSMC가 만든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기린 9000'을 쓴 바 있다. 이후로는 미국 제재로 TSMC 칩을 쓸 수 없었다.
다수의 중국 반도체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기린 9000S는 TSMC의 기린 9000과 다른 화웨이만의 칩 지적재산(IP)이 다수 도입됐을 수 있으며, 구체적인 칩 아키텍처는 전문 기관이 분해를 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5G가 지원되는지, 무슨 칩을 썼는지 모르는 데다 당장 신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열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구매 예약을 하려면 화웨이 공식 웹사이트에 선금 1천위안(약 18만2천원)을 내고 이달 10일까지 5천999위안(약 109만원)의 잔금을 치러야 한다. 그래도 구매 대기자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동일하게 선금을 걸어두게 하는 대다수의 오프라인 매장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물량이 달려 상당수 매장에선 '체험용' 모델도 없다.
신제품을 먼저 구한 사람이 300위안(약 5만4천원) 정도의 웃돈을 붙여 중고 시장에 되파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메이트60 시리즈의 출시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웨이는 2020년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한 뒤 같은 해 4분기 세계 6위로 떨어진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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