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가 주요 7개국(G7)이 설정한 가격 상한 위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상한선 재조정을 위한 정기 검토도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서방의 제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G7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와 관련해 유가 상한선을 정기적으로 재검토하는 회의를 보류했다고 6일(현지시간)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G7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은 러시아가 석유 판매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충당하는 것을 막고 전쟁 이후로 가파르게 치솟는 유가를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작년 12월 러시아산 원유에 배럴당 60달러의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등의 가격 상한제를 시행해왔다.
원유 외에 중유는 45달러, 경유는 100달러 등의 상한이 설정됐으며, 이와 같은 상한선을 초과하지 않는 가격으로 판매할 경우에만 해상운송, 선박보험, 금융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가격 상한제 참여국들은 당초 2개월에 한 번씩 가격 상한선을 재검토해 필요한 경우 조정하기로 합의했지만 G7은 지난 3월 이후 상한선을 검토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유가 상한제를 조정할 계획도 당장은 없다고 G7 정책을 잘 아는 소식통 4명이 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 6월이나 7월쯤 (상한선을) 검토하거나 그것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대화가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진행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일부 EU 국가들이 상한선 재검토를 원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G7 회원국들은 변화를 주려는 의향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이달 말 열리는 유엔 총회 때 별도로 유가 상한선 재검토 문제가 비공식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로이터는 내다봤다.
국제 원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으며 연중 최고치를 찍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자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러시아산 원유는 최근 가격 상한제 한도를 넘겨 거래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는 지난 7월 중순부터 상한선을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해 현재는 배럴당 67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다. 연료유나 디젤 등 석유제품도 상한선을 넘었다.
러시아 재무부는 자국 대표 원유인 우랄산 원유 가격이 상반기에 배럴당 평균 56달러에서 지난달에는 74달러까지 회복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그동안 서방의 선박이나 보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자국산 원유를 판매하는 우회로를 찾아내 수출을 계속해왔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자국산 원유 대부분을 국내나 비(非)서구권 국가의 해운업자를 통해 운송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업들은 G7의 가격 상한제 영향권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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