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방되는 비만치료제 중 부작용 사례 보고가 가장 많은 건 일명 '살 빼는 약'으로 알려진 펜터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제학술지 '글로벌 헬스 저널'(Journal of global health) 최신호에 따르면 경희대 약대, 아주대 의대·약대 공동 연구팀은 2010∼2019년 식약처 의약품부작용보고시스템에 비만치료제 사용 후 부작용으로 보고된 1만3천766건을 분석한 결과 펜터민과 삭센다(리라글루티드)의 부작용이 가장 심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의 평균 나이는 41세였으며, 대부분(89.02%)이 여성이었다. 부작용 보고율은 약사(44.62%), 일반인(29.63%), 의사(17.3%), 간호사(5.24%) 순이었다.
펜터민은 뇌에서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해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의 비만치료제로, 현재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지정돼 있다. 쉽게 처방받을 수 있지만, 16세 이하에겐 처방할 수 없다.
또 삭센다는 음식물의 위 배출 시간을 늦춤으로써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방식의 의약품으로,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비만에도 효과가 확인되면서 치료범위(적응증)가 확대됐다.
문제는 이들 항비만 약물의 부작용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번 분석에서 전체 부작용 중 인과관계가 확실하거나 가능성이 확인된 건 총 4천168건이었다. 이중 펜터민이 33.2%(1천385건)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삭센다가 27.7%(1천155건)를 차지했다. 105건(2.5%)의 '심각한 부작용' 사례 중에서도 펜터민과 삭센다가 각각 26.7%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항비만 약물에 의해 유발된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위장관 장애(29.1%)), 중추 및 말초 신경계 장애(19.2%)), 정신 장애(16.9%) 등이 꼽혔다.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 사례만 보면 정신 장애(25.7%)와 중추 및 말초신경계 장애(19.0%) 순으로 많았다.
특히 심각한 정신 장애 부작용 중에는 원인의 30%가 펜터민으로 지목됐다.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위장관 장애 관련 부작용 발생률이 높았지만, 여성에서는 심장 및 심박수 장애의 발생률이 더 높은 것도 특징이었다. 추가적인 분석에서는 남성일수록 비만치료제를 여러 번 복용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환자의 16%가 2개 또는 3개의 항비만 약물을 동시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 점도 부작용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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