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는 의상을 입을 경우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내놓자 반발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당국은 '치안관리처벌법' 개정 초안을 발표하고 주민 의견을 구한다고 밝혔다.
이 법률 개정안에는 '공공장소에서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의상·표식을 착용하거나 착용을 강요하는 행위',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물품이나 글을 제작·전파·유포하는 행위' 등이 위법 행위로 명시됐다.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최대 10일 이상 15일 이하의 구류와 함께 5천위안(약 91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중화민족 정신을 훼손하는 의상'이나 '중화민족 감정을 해치는 글'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법률 전문가들은 해당 조항이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며 이를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중국 화동정법대 헌법학자 퉁즈웨이는 현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누가, 어떤 절차로 중화민족의 정신을 정하나? 누가, 어떤 절차로 중화민족의 감정을 정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현재의 개정안대로 해당 조항을 채택한다면 법 집행과 사법 업무는 (관련 기관) 수장의 뜻에 따라 사람들을 체포하고 유죄를 선고하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며 끝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해당 법률 개정안이 나오자 법학자들과 블로거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해당 조항의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고, 시민들에게도 의견을 낼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인대 홈페이지에는 약 3만9천건의 의견이 올라왔다. 또 많은 누리꾼이 개정안이 더 많은 검열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BBC방송은 "해당 개정안이 중국에서 논쟁을 촉발했다"며 "해당 법이 실행되면 유죄가 선고된 이는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 그 개정안은 아직까지 어떤 것이 위법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셜미디어 이용자들과 법률 전문가들은 과도한 법 집행을 피하기 위해 명확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중은 즉각 반응했고 많은 누리꾼이 해당 개정안이 과도하고 터무니없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해도 문제가 되나? 마르크스주의도 서방에서 기원했는데 현재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도 중화민족의 감정을 해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2월 윈난성 다리시에서는 중국인 여성이 기모노를 입고 관광지에 입장하려다 경비원으로부터 제지받았고, 지난해 8월에는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한 여성이 일본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다가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법률 개정안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반일 감정을 자극한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BBC방송은 "해당 개정안은 시 주석이 2012년 집권한 이래 어떻게 모범적인 중국 시민상을 재정립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한가지 예일 뿐"이라며 2019년 중국 공산당이 내놓은 윤리 지침에는 예의를 갖추고, 시 주석과 당에 충성해야 한다는 등의 지시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