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인구 56만여 명의 대도시 앨버커키에서 30일간 총기 휴대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동했다.
9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에 따르면 미셸 루한 그리셤 주지사는 지난 7일 지역 내 총기 폭력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8일 주요 도시인 앨버커키를 포함해 버나릴로 카운티의 공공장소에서 총기 휴대를 30일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그리셤 주지사는 지난 6일 밤 야구장에 있다가 귀가하던 11세 소년이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 등 근래 5∼13세 어린이들이 총격으로 잇달아 숨진 사례를 들면서 이제는 표준적인 조치가 아니라 긴급하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명령은 면허를 소지한 경비원이나 경찰 등 법 집행관 등을 제외한 일반인이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갖고 다니는 것을 전면 금지한다. 총기를 보이게 들고 다니는 경우뿐만 아니라 보이게 않게 숨겨서 소지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단 예외적으로 총기를 잠금장치가 있는 상자에 넣거나 총을 발사할 수 없게 하는 장치를 사용한 경우에만 사격장이나 총기 상점 등 사유지 내 소지가 허용된다.
주지사 대변인 캐럴라인 스위니는 이 명령을 위반하면 최대 5천달러(약 670만원)의 벌금 등 처벌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명령이 발동되자 관할 경찰조차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저항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공화당 인사들을 비롯해 총기 보유 권리 옹호자들도 즉각 반발했다.
앨버커키 경찰서장 해럴드 메디나는 이날 공개 성명에서 "그리셤 주지사가 행정 명령 위반에 대한 단속은 앨버커키 경찰이 아닌, 주 법 집행기관이 담당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면서 경찰이 집행에 나서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버나릴로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 존 앨런도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이메일에서 "주 경찰이 (행정 명령을) 집행할 것"이라며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뉴멕시코 주지사는 지금 수정헌법 2조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며 "수정헌법 2조의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정헌법 2조는 '규율 있는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위에 필요하며,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미국인의 총기 소지 권리를 200년 넘게 보장해 왔다.
이 때문에 뉴멕시코주의 이번 행정 명령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기 규제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현재 보수적인 성향의 연방 대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스앤젤레스(LA) 로욜라 메리마운트 로스쿨 교수인 제시카 레빈슨은 그리셤 주지사의 이번 명령이 지금껏 나온 총기 규제 중 가장 강력한 조치로 보인다면서 "도전이 되겠지만, 논쟁을 진전시키려는 노력"이라고 AP에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것이 수정헌법 2조와 충돌하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수정헌법 2조 권리를 확대할 태세인 매우 보수적인 연방 대법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단체 '총기 폭력 방지를 위한 뉴멕시코인'의 공동 대표인 미란다 비스콜리는 "사람들이 총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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