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군사 협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과시한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13일(현지시간) 북러간 거래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그 파장에 주목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위성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제공할 의사를 피력하면서 북한도 그에 상응하는 대규모 탄약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나아가 핵·미사일 능력의 개선에 따른 북한의 위협이 증대하면서 한미가 대북 억제력을 더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졌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 환경이 더 복잡해지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北, 러에 '악의 무기고' 돼…北의 군사적 위협도 증대" =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아시아태평양안보 석좌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 "이것은 먹을 것보다 무기에 더 집중하기로 결단한, 고강도 제재를 받는 두 국가의 거래 관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무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하는 것을 막으면서 우크라이나와 그 지원 국가들에 전쟁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정은이 (북한에 대한) 공격을 억제하고 양보를 강요하기 위한 핵무기를 전방위로 배치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주 기술 및 노하우는 김정은이 정찰위성에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불량국가 프로젝트'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도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제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악의 무기고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 조건은 알 수 없지만, 북한이 수백만 발의 구형 포탄을 러시아에 제공하고 또 수백만 발을 더 생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도 연합뉴스에 "북한이 무엇을 제공할지에 대한 발표는 없었지만, 러시아가 대북 제재 대상에 대한 협력을 공개적으로 보여줄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러 정상이 공개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확인하는 것을 꺼릴 수 있으나 양국간 군사적 지원이 이뤄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김정은이 러시아 민간 로켓 발사시설, 민간 및 군 공장, 러시아 태평양 함대 등을 방문한 것은 푸틴이 북한에 탄약의 대가로 제공할 수 있는 군 및 민간 기술에 대한 뷔페식 선택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북러간 무기 거래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지속해 전쟁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북한은 러시아 군사 기술을 통해 미사일 등 무기 전력을 개선할 수 있게 되며 한국, 일본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엘런 김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과 공동 작성해 홈페이지에 게시한 분석 글에서 "푸틴은 좀더 강력하고 생존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하도록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한국과 함께 한반도에서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을 것으로 보이는 대상으로 ▲ 식량과 에너지 ▲ 군사위성 기술 ▲ 핵추진 잠수함 기술 ▲ 고체연료 및 대항체(countermeasure) 등 ICBM 관련 기술 등을 거론했다.
◇ "중국의 대응 딜레마…한국의 우크라 무기지원 요구 나올 수도" = 제니 타운 선임연구원은 "북러간 협력은 (유럽과 아시아) 역내 안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과 동맹국이 대응해야 하는 새 도전 과제는 아니지만, 기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역내 안보 블록 강화로 이념 노선을 뛰어넘는 협력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빅터 차 한국석좌와 엘런 김 선임연구원도 "김정은과 푸틴은 무기 및 잠재적인 전략 무기기술 관련 협력이 유럽과 아시아의 전구(戰區)를 연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안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기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 등의 대응과 관련,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이전한 상황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 및 국제사회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중국과 관련, 북러간 군사협력 강화에 반대하는 국제사회가 중국에 대북 영향력 행사를 압박할 수 있으나 이 경우 북·중 관계는 단절되고 북러가 더 밀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북러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중국에는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역내 안보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관심이 분산되는 상황에 대해 중국은 유리하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군 훈련 등 북중러간 협력 강화에 대해 "중국은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어느 것도 한국, 미국, 일본과 관계 측면에서 비용을 유발하지 않고 중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해법은 없다"고 말했다.
북러간 군사협력 강화에 대응해 미국 등이 기존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역내 군사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와 중국은 새 징벌적 안보리 결의를 방해할 것이지만 기존 결의안만으로도 북러 양국에 대한 엄격한 제재를 집행하기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서 "미국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뿐 아니라 북한의 제재 위반에 협력하는 러시아, 중국 등의 단체를 표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 및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지속 강화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중국, 북한의 (군사) 능력 진전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 태세 개선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닌 석좌도 한미 양국에 대해 "자체적, 양자 간에는 물론 일본과 함께 3자적으로도 전략적 조율을 심화하고 군사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 승리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원을 하는 동시에 아시아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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