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간첩 혐의자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미국 외교관 2명의 추방을 통보하고, 미국은 "적절한 대응"을 예고하면서 양국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린 트레이시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정치 담당 직원인 제프리 실린과 데이비드 번스타인을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했으며 이들이 7일 이내에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이들은 외국과 '비밀 협력'을 한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시민 로베르트 쇼노프와 접촉을 이어오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쇼노프는 2021년 러시아가 자국 주재 미국 공관의 현지인 채용을 금지할 때까지 25년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근무하던 러시아 국적자다.
그는 러시아의 징병 캠페인이 내년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보를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지난 5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의해 체포됐다.
지난달 FSB는 성명을 통해 쇼노프의 기소 사실을 공개하고, 그가 실린과 번스타인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외무부는 쇼노프가 러시아의 국가 안보를 해치는 임무를 수행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대사관의 내정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미국이 옳은 결정을 내리고 대결적 조처를 자제하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런 정당한 이유없는 우리 외교관의 추방은 아무런 득이 될 것이 없다"며 러시아는 건설적인 외교적 관여보다는 충돌과 긴장 고조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가 이런 길을 택한 것을 유감스럽게 여긴다"며 "그들의 행동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적 관례에 비춰 미국의 '적절한 대응'은 상호주의에 입각한 미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맞추방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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