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의 대표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마진)가 손익분기점을 한참 밑돌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에 원료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3분기에도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 에틸렌 마진 9월 들어 137달러…작년 9월 평균 대비 절반 수준
17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마진은 3분기 들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분기 t당 평균 242달러를 기록했던 에틸렌 마진은 7월 175달러, 8월 163달러로 하락했다. 9월 들어서는 지난 14일까지 평균 13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9월 평균(276달러)과 비교하면 50.3% 하락한 수준이다.
또 2021년 9월(400달러)과 2020년 9월(423달러) 대비 각각 65.8%, 67.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틸렌 마진은 에틸렌에서 나프타를 뺀 가격으로 보통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현재 마진 수준에서는 공장을 돌려봐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에틸렌 마진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국제 유가 상승과 수요 위축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3분기 들어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에틸렌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은 7월 t당 585달러에서 8월 657달러로 올랐다. 9월 들어 14일까지는 694달러를 기록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보통 국제 유가와 가격이 연동된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은 오르는데, 경기침체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 석유화학 업계 3분기도 적자 탈출 쉽지 않아…사업구조 재편도 가속
문제는 1년 6개월째 에틸렌 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평균 에틸렌 마진이 300달러를 넘었던 것은 작년 3월(333달러)이 마지막이다.
중국의 에틸렌 증설도 물량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마진 약세가 장기화하고 있다"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요 화학제품 가격이 연초 대비 반등하기도 했지만, 실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재차 조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특히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규모 에틸렌 증설은 사이클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57억원으로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적자 폭은 전 분기(-770억원)보다는 줄어들 전망이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127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508억원)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지만,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또 올해 상반기 여천NCC의 누적 영업손실은 1천545억원이다.
대한유화도 올해 상반기 7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화학 업계들은 사업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LG화학은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제2공장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다른 공장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매각설도 돌고 있다.
LG화학은 또 디스플레이용 필름과 편광판 등을 생산하는 충북 청주공장과 오창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의 화학·소재 기업 SKC는 폴리우레탄 원료사업 자회사인 SK피유코어 매각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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