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가 높은 물가 탓에 내국인 조차 외면하는 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항공과 숙박 등 여행 필수 요소 뿐 아니라 레저 트렌드로 떠오른 골프 여행마저 해외로 나가는 것이 더 저렴할 정도라 관광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유오성 기자 입니다.
<기자>
골프치는 재미에 푹 빠진 직장인 여진동 씨는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할 골프 패키지 여행을 알아보다 행선지를 일본으로 정했습니다.
국내로 가는 제주도 골프 여행보다 해외인 일본으로 가는 것이 더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여진동 / 직장인 : 제주도의 경우 좋은 구장은 예약이 쉽지 않고...일본은 골프장이 잘 되어 있는데, 요즘에 2박3일 패키지가 75만원짜리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비행기 값이 더 비싼데도 (가격이 저렴하고) 외국 문물도 체험하고 좋은 기회라 일본으로 갈 생각이고..]
실제 한국경제TV가 제주도와 일본 골프 여행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제주도가 일본보다 30%가량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박3일 숙박과 라운딩, 교통편 등이 포함된 비슷한 조건이라면 일본 골프 여행은 76만 원 선에 구할 수 있지만 제주도는 112만 원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아침과 저녁 식사를 주는 일본과 달리 제주도 패키지는 식대를 별도로 내야하는 곳이 많아 제주도를 찾는 골퍼들이 지출하는 금액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제주도로 골프를 치러 가는 것이 해외를 가는 것보다 더 비싼 이유는 골프 여행 패키지 요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골프장 이용료가 제주에서 더 비싸기 때문입니다.
제주 골프장 평균 그린피는 16만 원 대로 평균 5만 원 대인 일본 골프장 그린피에 비해 3배 가량 더 높습니다.
또 패키지를 구성하는 요소인 숙박, 렌트, 항공료, 식비 등 치솟는 제주도 물가까지 감안한다면 여행 비용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실제 제주도 소비자 물가 지수는 2020년 8월 100.15포인트에서 2023년 8월 112.44포인트로 최근 3년 간 12%가 넘게 올랐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보니 올해 7~8월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수는 약 230만8천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54만4940명) 보다 9.3% 줄었습니다.
반면 지난 7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62만68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0배나 급증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경제TV 유오성입니다.
<앵커>
산업2부 지수희 기자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제주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그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앞서 보신대로, 골프 패키지 여행의 경우 제주도가 일본보다 30% 정도 더 비싸죠.
골프인구 대비 골프장 숫자, 카트와 캐디 등 골프문화 차이 등에 따른 것도 있지만, 최근 제주도 골프장 이용료 상승률이 가팔라진 것이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정부가 대중제 골프장 가격 상한 규제를 도입한 데 따른 부작용으로 최근 골프인구가 감소하는데도 그린피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서천범 레저산업연구소장에 따르면 일본의 골프장은 2300여개인데 골프인구는 560만명으로 우리나라 골프인구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국내골프장은 500여개에 그치고 있어 가격이 떨어지기 힘든 구조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라고 항공, 숙박비도 싸지 않습니다.
대한항공으로 서울~제주 왕복하면 20만원 안팎인데, 조금만 추가하면 일본 주요도시를 갈수 있고요.
숙박비도 제주도는 평균 15만원을 넘어서는데 비해 삿포로 같은 일본 도시의 숙박비는 10만원 정도면 가능합니다.
제주도 칼국수 1인분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비쌀 정도로 먹거리 물가도 발목을 잡고 있고요.
이처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데 관광컨텐츠도 부실해 재방문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아픈 대목입니다.
<앵커>
국내관광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비단 제주도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여행업계 취재를 해보면, 최근 중국 관광객 단체여행 허용됐는데도, 중국인 관광객이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그런가 들어보니까, 그동안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항공이나 숙박 비용이 싸서 그 비용을 아끼고 쇼핑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최근 항공, 숙박 가격이 터무니 없이 올라가다보니 여행사들이 저렴한 패키지 상품을 만드는것 부터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겁니다. 상품을 만들어야 팔텐데, 입구부터 막혀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찾아보니까 실제 지난 2016년 한국 4박5일 패키지 금액 최저가는 35만원이었는데요.(한국관광공사)
최근 중국 온라인 여행사의 비슷한 상품은 150만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다 해도 7~8년새 5배 가까이 뛴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앵커>
수출이 부진할때 관광활성화로 내수가 회복돼야 경제에도 도움이 될텐데...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도 최근 관광활성화 방안을 내놨잖아요?
<기자>
정부는 2027년 '외국인 관광객 3천만명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로 관광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요.
다음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하고, 100만명에게 3만원 상당의 숙박쿠폰을 주는 식의 내수관광 활성화 방안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대증요법과 함께 근본적인 처방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예컨대 에어비앤비 등 도심 공유숙박 서비스를 제도화하게 된다면 숙박비 인하를 유도해볼 수 있다는 거고요.
또 의료서비스나 K뷰티 등을 관광자원으로 만들수 있도록 해당 분야에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선택지라는 겁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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