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출 등 포용금융 '성과'
연체율 상승·건전성 악화는 한계
"중저신용 잔액→신규취급액 기준 바꿔야"
“한국의 인터넷은행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인터넷은행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인터넷은행이 걸어온 길 그리고 나아갈 길’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터넷은행은 1995년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국내에선 오랜 논의 끝에 2017년 4월 케이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고객 수와 총자산은 빠르게 증가했다. 도입 첫해 556만명이었던 인터넷은행 고객 수는 올해 상반기 3753만명으로 7배 가까이 뛰었다. 총자산은 올 상반기 93조7000억원으로 2017년(7조1900억원) 대비 13배 넘게 급증했다.
강 교수는 ‘플랫폼(빅테크)과 금융의 효율적인 결합’을 국내 인터넷은행의 성공 원인으로 짚었다. 그는 “인터넷은행이 핀테크 중심에서 빅테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인터넷은행은 플랫폼과의 결합을 자연스럽게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도 주요 성과로 꼽혔다. 인터넷은행이 다른 업권을 자극해 중금리 대출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신용 스프레드(금리 차)를 낮췄다는 평가다. 신용스프레드 하락은 중저신용자들이 자금을 빌리기 상대적으로 쉬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은경 KCB연구소장은 “인터넷은행은 기존 업권이 담당하지 못한 중신용 고객에게 중금리 대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비은행업권의 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에게 더 낮은 금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중저신용자 대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인터넷은행들은 회사별로 설정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 케이뱅크는 전체 신용대출의 32%(올해 말 기준)를 중저신용자 대출로 공급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목표치는 30%, 토스뱅크는 44%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인터넷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달 말 기준 케이뱅크 4.13%, 토스뱅크 3.40%, 카카오뱅크 1.68% 순으로 나타났다. 3개 회사 모두 출범 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강 교수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노력은 지속하되, 목표치 기준을 현행 '잔액' 대신 '신규 취급액'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담보대출은 안정적인 중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기반이므로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소장도 “최근 인터넷은행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보다는 다양한 측면에서 포용성과를 측정하는 등 정책 유연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와 관련된 제언에 대해 열린 자세로 검토해보겠다”면서도 “인터넷은행의 자랑할 만한 성과 중 하나가 중저신용자 대출을 통해 포용금융을 이뤄냈다는 것인 만큼 여러 부분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규빈 인턴기자 kbb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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