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폭증에 ‘100조 예금’ 만기…은행채발 시장 경색 우려

서형교 기자

입력 2023-09-21 17:39   수정 2023-09-22 11:34

    <앵커>

    이슈플러스입니다.

    경제부 서형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서 기자, 오늘 이슈플러스 주제는 무엇입니까?

    <기자>

    지난해 9월 말 있었던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공교롭게도 레고랜드 사태 1주년을 맞는 지금 시장 상황을 두고 당시 모습과 겹쳐 보인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작년엔 한전채가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면서 금리가 급등했는데, 지금은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은행채 발행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작년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지 짚어보려 합니다.

    <앵커>

    네, 하나씩 살펴보죠.

    은행채 발행이 늘어난다는 소식 여러차례 전해드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느 수준입니까.

    <기자>

    네, 화면 보면서 얘기 나누겠습니다.

    지금 나오는 그림은 은행채 발행 추이인데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은행채는 줄곧 순상환 기조를 이어왔습니다.

    순상환은 채권이 발행된 규모보다 상환된 규모가 많은 것을 의미하는데요.

    그런데 8월에는 은행채가 3조7800억원어치 순발행됐습니다.

    다시 말해 채권이 상환되는 것보다 발행된 규모가 많았다는 거죠.

    이달 들어선 순발행액이 더욱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9월 1일부터 20일까지 은행채는 7조원 넘게 순발행됐는데요.

    이미 지난달 순발행 규모를 크게 뛰어 넘었습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작년 9월 순발행 규모(7조4600억원)도 앞지를 것이 유력해 보입니다.

    <앵커>

    증가세가 가파르긴 합니다.

    그런데 은행채 발행이 늘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겁니까?

    <기자>

    은행채 순발행이 늘어난다는 것은 채권시장에 은행채 물량이 그만큼 많이 풀린다는 걸 의미합니다.

    은행채는 초우량물로 꼽히는 채권인데요.

    그런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면 시중자금이 은행채로 몰리면서 신용도가 낮은 채권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금리가 일제히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데요.

    실제로 대부분의 채권시장 전문가들이 올 하반기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은행채 발행 증가를 꼽았습니다.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시장금리가 오르면 기업들 입장에선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PF 문제가 다시 떠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데요.

    이와 관련된 전문가 분석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명실 /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지금 (은행채 발행) 영향으로 인해 단기금리가 이전 대비 올라간다고 하면 제2금융권의 PF 상품이라든지,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은 이슈가 될 수 있죠. 고금리에 대한 부담감들이 안 그래도 느껴질 건데, 느껴지는 시기가 조금 앞당겨 오는 이슈라고 보고 있어요.]

    <앵커>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시중금리가 올라간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현재 금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실제로 은행채 금리는 연고점 수준까지 치솟은 상황입니다.

    지금 나오는 그래프는 최근 6개월간의 은행채 1년물 금리를 나타낸 겁니다.

    보시는 것처럼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요.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신용대출의 지표금리로 활용됩니다.

    다시 말해 은행채 1년물 금리가 오르면 신용대출 금리도 따라 오른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밖에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지표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연고점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입니다.

    앞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는데, 가계의 이자부담도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앵커>

    결국 대출금리도 올라간다는 건데 걱정입니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여러모로 시장에 부담이 크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10월 이후에도 은행채 순발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먼저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 동안 불어난 은행 정기예금 규모가 114조원에 달합니다.

    이때 가입했던 1년 예금의 만기들이 이번달부터 쭉 돌아오거든요.

    이중 일부 예금이 이탈할 경우 은행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최근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모두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서 은행들의 자금 수요도 큰 상황입니다.

    은행 입장에서 대출을 늘리려면 어디선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예적금은 오히려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되다 보니 결국 남는 선택지가 은행채 발행인 거죠.

    <앵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기자>

    정부도 최근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오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합동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는데요.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일 유동성 점검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같은 은행 유동성 규제 완화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요.

    은행들이 LCR을 맞추기 위해 은행채를 발행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규제를 완화해줌으로써 은행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는 걸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또 추 부총리는 “필요시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 등 30조원 이상 남아있는 유동성 공급조치를 적극 활용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대부분 작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에 나왔던 조치들과 비슷한 내용인데요.

    이번에는 '늑장대응'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이슈플러스 서형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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