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과 사법부의 이견으로 입법예고 취소를 겪었던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령이 우여곡절 끝에 확정됐다.
부당이득 산정 기준과 자진신고자 감면 기준을 구체화하는 한편, 사법 당국과 입장차를 보였던 과징금 부과 절차 문제를 두고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는 대원칙에 합의했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른 시행령 및 업무규정에 대한 입법예고와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했다. 개정안에는 부당이득 산정방식과 자진신고자 과징금 감면 기준, 과징금 부과 절차 등의 내용이 담겼다.
먼저 부당이득의 산정 기준이 되는 총수입, 총비용 등을 정의하고, 위반행위 유형별로 구체적인 부당이득 산정방식을 정했다. 총수입은 실현이익과 미실현이익, 회피손실 등을 포함하고, 총비용은 수수료, 거래세 등 매매 과정에서의 제반 비용으로 정한다.
또한 미공개중요정보이용과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위반행위의 유형별로 구체적인 산정방식을 규정했다. 아울러 위반행위와 외부적 요인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경우, 각각의 영향력을 고려해 시세 변동분 반영 비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에 불공정거래 행위로 얻은 부당이득 산정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앞서 개정 자본시장법은 부당이득의 산정기준을 위반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총수입-총비용)으로 규정하고, 구체적 산정방식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한 바 있다.
둘째로 자진신고시 과징금 감면 범위와 기준 역시 구체화했다. 불공정거래행위자의 증거를 제공하거나 성실 협조 여부등에 따라 과징금을 50%~100% 감면할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해당 불공정거래행위 외의 다른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자진신고하는 경우에도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개정안은 내부자의 제보를 활성화하고 불공정거래를 효과적으로 적발 및 예방하고자 위반행위를 자진신고하거나 타인의 죄에 대하여 진술·증언하는 경우 형벌이나 과징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끝으로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의 부과 절차를 분명히 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나온 '불공정거래에 대한 형벌·과징금의 중복 부과 등으로 헌법상 이중처벌 금지 원칙 등이 저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 때문이다.
하위법령 개정안은 금융위원회가 원칙적으로 검찰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한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후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정했다. 다만 검찰과 협의된 경우나, 1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검찰로부터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기 전이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입법예고를 취소한 배경으로 금융위는 "법무부·검찰과의 논의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신속한 과징금 부과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수사의 기밀 유지를 위한 경우나 과징금과 사법절차간의 조화로운 운영을 위해 과징금 부과 전에 검찰 등 사법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공정거래를 효율적으로 적발, 예방하고 위반시 이를 엄정 제재하기 위해 법무부와 검찰,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불공정거래 관계기관과의 논의를 거쳐 마련한 방안"이라며 "법률 및 하위법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반 국민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시행령 및 업무규정 개정안은 11월 6일까지 입법예고·규정변경예고를 실시할 예정이며,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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