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다음 달 북러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방북 이유와 관련, '북러 정상의 합의'를 언급한 만큼 푸틴 대통령의 답방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방북을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도 이를 수락했다.
당시 크렘린은 방북 시기 등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모든 합의는 외교 채널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에 앞서 제78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군사적인 능력이 강화된 한반도에서 미국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과잉 반응을 보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와 정치적 해결을 우선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노력은 계속 거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거론한 '과잉 반응'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긴밀하게 안보 현안에 공조하는 상황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가능성을 놓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몇몇 국가들이 한반도 안보 불안을 오히려 조장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시종일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를 비난했다.
그는 "미국과 그 우방국들은 인위적으로 세계를 적대적인 블록으로 나누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그들은 세계가 자기중심적인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영역을 북반구 동쪽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있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한·미·일 3국 연합체 등 소규모 군사·정치 동맹을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활동은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아세안 국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 구조를 망치는 것도 목표로 삼는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서방국들이 먼로 독트린(먼로주의)을 세계화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는 주장도 했다.
먼로주의는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1823년 의회 국정연설에서 주창한 것으로, 유럽 등 외부 세력의 미주 대륙 간섭을 거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미국의 중남미 국가에 대한 영향력 행사나 내정 간섭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언급은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 있다는 정도만 거론됐다.
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파기와 관련해서는 "협정 당사자들이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 해제 등 러시아와 맺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이 수출될 수 있도록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지난해 7월 흑해 곡물협정을 맺었지만, 러시아는 1년 만에 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러시아는 서방이 자국산 농산물 수출을 보장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7월 협정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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