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7천여억원 규모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채권 발행 금지와 함께 전직 임원들은 당국에 구금되는 등 잇따른 악재가 불거지며 헝다의 앞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헝다 계열사인 헝다 부동산(恒大地産)그룹은 전날 공시를 통해 25일까지 지급해야 할 역내 채권에 대한 원금·이자 40억 위안(약 7천327억원)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헝다 부동산 측은 "채무 상환을 피하지 않는다는 기본 전제하에 적극적으로 채권단과 협상하고 조속히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면서 "법에 따라 채권단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2020년 발행된 5.8% 금리의 이 위안화 채권에 대해 지난 3월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을 때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중국 매체 차이신은 전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헝다그룹 총재(CEO)를 지낸 샤하이쥔과 헝다그룹 수석재무관(CFO)을 지낸 판다룽이 재무 조작 관련 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은행예금 관련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로 사임한 상태다.
당국이 헝다그룹 및 계열사의 전현직 임원 다수를 대상으로 자금 운용상의 위법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게 차이신 설명이며, 광둥성 선전시 공안국은 헝다 계열사인 헝다금융재부관리(恒大財富) 관계자들을 구금했다고 16일 밝히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헝다는 예상보다 악화한 부동산 판매 실적을 이유로 25∼26일 예정됐던 주요 해외 채권단 회의를 취소하고 기존 채무 구조조정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22일 공시했다.
헝다는 지난 3월 기존 부채를 새로운 채권 및 주식 연계 상품으로 맞바꾸는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고 채권단과 합의한 바 있는데, 새로운 합의가 없다면 해외 채권단은 회사 청산을 추진할 수 있다.
당장 헝다는 다음 달 30일 홍콩 법원에서 회사 청산 여부 결정을 위한 심리를 앞두고 있다.
헝다는 또 24일 별도의 공시를 통해 헝다 부동산그룹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새 채권을 발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정보 공개 의무 위반과 관련한 혐의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채무 구조조정 차질 속에 전날 홍콩증시에서 헝다그룹 주가는 전장 대비 21.82% 내린 채 장을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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