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을 상대로 자녀를 사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돈을 뜯는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9일 부산경찰청은 최근 피해자 155명에게서 63억원을 가로챈 문자 금융사기 일당을 검거했다며 실제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 일당은 스마트 기기 사용에 익숙치않은 고령층에게 무작위로 자녀를 사칭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새로운 휴대전화 번호에 대한 의심을 없애려고 첫 문자 내용은 '엄마 나 폰 번호 변경했어. 문자 보면 연락해'였다.
그런 뒤 피해자가 "누구냐"고 답장하면 '엄마 나 둘째야'라며 핸드폰을 물에 떨어뜨려 터치가 안 돼 수리를 맡겨 새 번호를 신청했다'는 문자메시지를 곧이어 보냈다. 행여 피해자가 전화를 걸까 봐 문자만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피해자가 의심하지 않거나 안심하면 본격적인 범행에 돌입했다.
'지금 휴대전화가 파손된 상태라 핸드폰 파손보험을 대신 신청해줄 수 있느냐'며 '힘들면 엄마 폰에 연결해서 해볼게'라고 링크를 하나 보냈다.
이 링크는 원격 접속 앱이었다. 보통 대리점에 가지 않고 수리기사가 고객 스마트폰에 접속해 상태를 점검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앱이지만 이를 악용한 것이었다.
피해자가 이 링크를 누르고 앱이 설치되는 순간 사실상 스마트폰을 금융 사기 일당에게 통째로 넘겨주는 것과 같다.
문자 금융사기 일당은 이 앱을 통해 피해자 휴대전화를 마치 자신의 휴대전화기인 양 마음껏 검색하고 필요하면 앱을 깔고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피해자 스마트폰에서 인증수단을 이용해 은행 예금을 찾는가 하면 보험을 해지해 해약환급금을 받아 빼돌리고 비대면 신용대출을 받기도 했다. 피해 금액이 적게는 수백∼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3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파손보험 신청에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에게 받은 신분증 사진, 은행 계좌 번호를 마음껏 사용했다.
이 정보로 피해자 휴대전화를 번호 이동해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비대면 금융 계좌를 만들어 범행에 이용하기도 했다.
이재홍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자녀, 지인이 문자 메시지로 신분증, 계좌번호 정보 등을 알려달라고 하면 의심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모르는 번호의 문자 메시지에 포함된 URL 링크는 절대 눌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