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엘리트 체육 선수들에게 올림픽 입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최고의 영예다. 그 종목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는 명예와 동시에 남자 선수들의 경우 병역 혜택도 받는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이 된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에서 우승한 한국대표팀 선수 6명은 모두 병역 특례혜택을 받는다.
아시안게임 남성 금메달리스트라면 모두 이 같은 혜택을 받는 것이지만 LoL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시각은 조금 특별하다.
30일 중국 항저우 그랜드 뉴 센추리 호텔에 마련된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라운지에서는 LoL 대표팀에 '군대에 가게 된 청년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한다'는 다소 난감한 요청이 나왔다.
이에 '페이커' 이상혁(T1)은 왼쪽 뒤에 앉은 '룰러' 박재혁(징동 게이밍)을 향해 마이크를 넘기려 했지만, 박재혁은 손사래를 쳤다.
이상혁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쵸비' 정지훈(젠지)을 바라봤다.
마이크를 든 정지훈은 "저희가 병역 혜택이 있는데,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감사합니다. 군대에 가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가서 잘 생활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병역이 면제되는 이들을 '고깝게' 보는 시선도 있다. 땀 흘리지 않는 e스포츠로 딴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이는 '과연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라는 질문, 나아가 '스포츠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과 결국 닿아있다.
e스포츠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슈퍼스타' 이상혁이 이에 대한 생각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의 스포츠 관념인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면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많은 분께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가 스포츠를 넘어 세대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상혁은 "LoL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단언하면서 "부모님 세대 분들은 게임을 알더라도 스타크래프트 정도만 아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분들과 함께 설명을 들으면서 보면, 그 자체가 가장 큰 기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